코로나19 엔데믹 시대를 맞아 보복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올해 설 연휴 기간 해외 여행객이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고물가 등 여파로 국내 여행 소비는 팬데믹 전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29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2월 9~12일) 중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수는 하루 평균 2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전 최다였던 2020년 설 연휴(인천공항 기준 일평균 20만7829명)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6000명대, 2022년에는 1만명에 그쳤으나 지난해 12만명대로 껑충 뛴 후 증가 폭이 더 커졌다. 해외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항공권, 숙박비 등 관련 항목 중 안 오른 게 없다. 통계청의 월별 해외단체여행비를 살펴보면 2020~2021년 설 명절 때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2022년(0.5%) 반등했고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국내 여행을 회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고물가가 꼽힌다. 지난해 1월 국내 항공료는 전년 동월보다 11.3% 올랐고 국내단체여행비와 승용차임차료는 각각 4.9%와 6.7% 증가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승용차 임차료가 마이너스를 보이고 국내 항공료 증가 폭은 한 자릿수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해외로 나가는 게 어려웠던 팬데믹 기간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했던 제주도는 '바가지 요금' 논란 속에 여행 수요의 대부분을 잃었다. 제주 노선 이용객 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해외 여행이 늘어날수록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져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설 연휴가 포함된 2월을 '여행 가는 달'로 추가 지정하고 국내 숙박 쿠폰 20만장을 배포하는 등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해외로 향하는 발길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다.
올해 연말까지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수가 역대 최다였던 2019년의 287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국내 관광 활성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년간 명절 연휴 때마다 정부는 국내 관광 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 왔지만 효과는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며 "내국인 관광 수요가 해외로 향하지 않고 국내 수요로 전환될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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