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시가 최근 기업 데이터를 3등급으로 분류해 체계적 관리함으로써 데이터의 국경간 이동을 원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독일 고급차 기업 포르쉐 중국 판매법인 등도 이번 대책 마련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최근 외국계 기업의 중국 이탈 움직임 속에 상하이는 글로벌 기업을 위한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핵심·중요·일반" 데이터 보안 3등급 차별 관리
상하이시 당기관지 해방일보에 따르면 상하이시 '자유무역시험구'인 린강신구(臨港新區)는 최근 '린강신구 데이터의 국경간 흐름 등급분류 관리방법'(시범안)을 발표했다. 지난 20일 린강신구에서 열린 국제데이터경제산업혁신대회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관리방법은 데이터의 보안 중요도에 따라 기업 데이터를 핵심·중요·일반 데이터 3등급으로 분류해 차별화 관리하는 게 포인트다. 최고 보안 등급인 핵심 데이터는 사실상 국외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중요 데이터는 상하이시 인터넷정보판공실의 데이터 국외반출 보안검토를 통과하면 공유가 가능하다. 이밖에 일반데이터는 사실상 해외로 자유롭게 전송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린강신구는 현재 스마트 커넥티드카, 금융, 고급해운, 국제무역, 바이오제약, 문화해외 진출 등 데이터 이용 중점 영역에서 업계 선두기업과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TF팀에는 14곳 자동차회사가 포함됐는데 여기엔 테슬라와 포르쉐, 그리고 상하이자동차그룹이 참여하고 있다고 해방일보는 보도했다.
TF팀은 업종별 기업을 조사해 데이터 이동의 구체적인 상황을 조사해 핵심·중요·일반 데이터로 분류하는 목록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예를 들면 스마트 커텍티드카 방면에선 제품 연구개발. 경영관리 등 데이터를, 금융에서는 정보공개, 시장 연구정보, 내부관리 데이터 등을, 바이오의학 방면에서는 임상실험 연구개발 약물감시 의학조사 등 방면의 데이터 보안 등급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데이터 분류 기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루썬 린강신구 관리위원회 데이터처 처장은 처음엔 데이터 유출이 가능한 항목을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점차 몇 군데 항목만 빼고 나머지는 몽땅 가능하게 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로 바꿀 것이며, 이후 네거티브 리스트를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린강신구 당국은 우선 일반 데이터 목록 초안을 작성해 오는 3월 발표 예정으로, 이어 점진적으로 중요 데이터 목록 작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보안 강화에.. 외국기업 경영 애로사항↑
이번 조치는 상하이가 외국인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시범적으로 마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국가 안보를 중요시하는 중국 당국이 데이터 정보 보호 차원에서 기업들의 데이터 국외 반출을 엄격히 관리 감독하면서 외국계 기업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가운데서다.
중국은 2017년 네트워크안전법에서 출발해 개인정보보호법, 데이터보안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을 만들어 각 기업이 개인정보 및 데이터에 대한 보안 및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도록 규정했다. 2022년 9월에는 데이터의 역외 이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중요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중국에서 역외의 목적지로 전송할 경우 보안 심사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해 4월 개정한 반간첩법은 국가 안보 이익에 관한 민감한 데이터의 해외 반출시 처벌을 강화하기도 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응답기업의 70%가 데이터 반출과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중국 당국의 규제 및 요구 사항이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호소했다.
제임스 짐머만 전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SCMP에 "지정학적 긴장과는 별개로, 국가 안보에 대한 강조가 상식보다 우선시 되면서 중국은 비즈니스 환경과 경제 관리 능력 방면에서 외국 기업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 주력하는 상하이
이번 조치는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해 상하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상하이시는 2022년 두달 여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기저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국내총생산(GDP)이 5% 성장한 4조7200억원(약 879조원)에 그친 것.
다만 240억 달러의 외국 자금을 유치해 종전 최고 기록인 2022년의 239억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상하이시는 올해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금융과 토지이용에 대해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궁정 상하이 시장은 지난 28일 상하이 지방양회 기자회견에서 "토지이용, 에너지 공급, 환경 평가, 금융 분야에서 더 많은 정책 보장을 제공하면서 더 많은 외국 기업들이 녹색 전환, 디지털화, 기술 혁신에 투자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하이시 지방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외국인 생활 편의를 위한 각종 조치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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