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0일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태원 피해자 유가족들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공지했다. 특별법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4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 21일 만에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9번째다.
앞서 정부는 한덕수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상정·의결했다. 한 총리는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태원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특별법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해 그간의 정부 조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 총리는 "검·경의 수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정부는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재정 지원과 심리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영구적인 추모 공간 건립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 간병비 등을 확대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속도감 있는 배상·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이날 서울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족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나"라며 "유족이 바란 것은 오직 진상규명이었는데도 정부는 유족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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