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새벽 대한민국을 잠 못 들고 열광케 한 드라마 주인공은 바로 조현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이날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8강행을 두고 양팀이 승부차기라는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4만4000여 관중석을 대부분 채운 사우디 팬들을 일순간 모두 경악한 골키퍼 조현우(울산)의 선방쇼가 펼쳐졌다. 승부차기에서 어마어마한 기세로 2연속 선방을 선보인 것.
한국과 사우디 모두 두 번째 키커까지 성공하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조현우가 왼쪽 골문을 노리는 세 번째 키커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 선방함으로써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어 한국 세 번째 키커 조규성(미트윌란)이 침착한 골로 조현우에게 힘을 보탰고 조현우는 네 번째 키커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았다. 그리고 한국 키커로 나선 황희찬(울버햄튼)이 시원한 슈팅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간 아시안컵 조별리그 요르단과 2차전(2-2), 말레이시아와 3차전(3-3)에서 5실점했던 골키퍼 조현우는 많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을 대표하는 골키퍼지만 이번 대회에 나선 3명의 골키퍼 중 2옵션인 조현우는 주전 김승규(알샤밥)가 조별리그 1차전 이후 훈련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낙마하며 경기를 뛰게 됐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5실점을 허용한 그의 역량에 의심이 계속됐지만 16강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당당히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주전 골키퍼로서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는 독일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놀라운 순발력과 판단력으로 '선방쇼'를 펼치며 한국의 2-0 승리 이변을 견인했던 때 같다. 조현우는 당시 골을 넣은 김영권, 손흥민 대신 ‘맨오브더매치’(MOM, 경기 최우수 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AFC 역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조현우는 한국을 8강으로 이끈 진정한 영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역대급 승부차기를 만들어낸 대표팀을 향해 "마지막 순간에 모든 걸 건 한국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고 축하를 전했다.
한편 지난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부터 8회 연속으로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한 한국은 이번엔 호주와 맞붙는다. 한국과 호주의 8강전 경기는 3일 0시 30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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