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종북 세력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인터뷰 발언은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오늘의유머 운영자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국가정보원 대변인은 지난 2013년 1월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의유머가 종북 사이트인지'에 대한 질문에 "종북 사이트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만, (오늘의유머가) 종북 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큰 공간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씨는 이러한 발언으로 오늘의유머가 '종북 사이트'라는 오명을 입었다고, 국정원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늘의유머에서 벌인 이른바 '댓글 공작'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2015년 12월 국가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이씨는 국가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2심은 댓글 공작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국정원 대변인 인터뷰와 관련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국가가 이씨에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인들이 발언자의 지위에 비춰볼 때 단순한 의견이 아닌 '사실의 적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원고가 사이트를 운영하며 쌓아 올린 사회적 평가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은 대변인이 업무상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하게 됐고, 내용 역시 유보적·잠정적인 판단 내지 의견이란 점이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며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이트에 대한 광의의 정치적 평가 내지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표현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됐다는 사실이 증명돼야만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 사건 발언은 사이트 이용자 일부가 종북 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해 그 표현이 지칭하는 대상이 원고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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