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의 품격은 라커룸에서도 빛났다.
31일 대한축구협회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극적인 승부를 펼친 16강전 경기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영상에서 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품격이 단연 돋보였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 전 "실수해도 뒤에 동료들, 형제들, 가족들이 있다"며 "그거 믿고 우리가 쟤네(사우디아라비아, 이하 사우디) 조용히 시켜주자"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이어 "4만명, 5만명 (관중) 다 오라고 해라. 우리가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운동장 안이니까"라며 "들어가서 (사우디를) 부수자고! 가자! 파이팅!"이라고 힘을 불어넣어 눈길을 끌었다.
영상에는 조규성의 극적인 동점골이 들어가자 중계 화면에선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벤치에 있던 코치진과 선수들이 감격을 나누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뭉클함을 자아냈다. 승부차기에서는 선수, 코치진 모두 빠지지 않고 어깨동무를 한 채 동료를 향해 진심어린 응원을 보냈다. 골키퍼 조현우가 골문으로 향할 때 정우영이 "막자, 막자"라는 간절한 응원이 전해지기도 했다.
선수들은 네 번째 키커였던 황희찬의 골이 들어가며 승리가 확정되자 곧바로 벤치에 있는 선수들과 응원단인 붉은악마에게 달려갔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인 골키퍼 조현우는 다른 선수들과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후 경기장을 나서는 조현우에게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자 "너무 좋다. 감동이다. 지금도 울컥한다"고 말했다.
이 영상엔 경기 전날 훈련 당시 대표팀 선수들을 향한 손흥민의 조언도 담겼다. "내일 경기 끝나고 웃으면서 돌아오는 생각을 하면서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손흥민의 말처럼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김민재는 "8강에서 만나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재성도 밝은 모습으로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팬 여러분께 진짜 감사하다"며 "끝까지 하자. 끝까지"라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이날 도움을 기록하며 동점골에 기여한 설영우는 환한 표정으로 영상에 등장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흥민이 형이 저희한테 절대 못 넣어도 된다고 말했다.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질 거라고 했다. 그때 우리는 절대 안 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흥민이 형이 그런 말을 하니까 모든 선수들이 동기부여되고 힘이 났다"고 손흥민에 대한 고마움을 밝히기도 했다.
영상을 본 많은 누리꾼은 선수들을 칭찬했다. 특히 "손흥민 라커룸 연설 너무 멋있다. (다른 선수들도) 든든하겠다"라는 댓글은 2만5000회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직캠으로 보니 선수들이 누구보다 더 절실해 보인다", "손흥민의 '관중 4만명 5만명 오라 그래. 우리는 운동장 안에서 우리를 보여주면 돼'라는 말이 너무 멋있다", "손흥민 미쳤다. 모든 면을 다 갖췄다. 이게 바로 주장의 품격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치열한 승부 끝에 8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오는 2월 3일 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준결승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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