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사들은 부실 채권 매각에 속도를 내면서도 자금 조달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털사들은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회사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들어오는 자금은 없는데 2월에만 5조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해야 해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와 여신전문금융업권에 따르면 2월 캐피털채 만기 물량은 5조1590억원으로 캐피털사들은 자금 조달 때문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월 국내 캐피털사들은 원화 채권 기준 캐피털채 9295억원어치를 순상환할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 금리가 급락한 지난해 11월에는 캐피털채 2조7167억원어치를 순발행하며 자금에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다음 달인 12월 7355억원, 1월 1조원 규모를 순상환했다.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 캐피털사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부동산 PF 부실 확산으로 자산 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자금 조달 여건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우량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계열사 지원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빚을 갚고 있다. 대표적으로 1월에만 애큐온캐피탈은 2500억원, M캐피탈은 1650억원, 한국투자캐피탈은 1500억원을 순상환했다.
캐피털은 수신 기능이 없어 필요 자금 70% 안팎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다. 발행 채권 잔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업을 위한 운영자금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사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악순환이 지속되는 셈이다.
이처럼 캐피털사가 투자자의 우려 대상이 된 이유는 자산에 비해 과도한 PF 잔액을 떠안고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에서 분석한 자기자본 대비 본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은 △저축은행 80% △캐피털 64% △증권 22% 순이다. 브리지론은 △저축은행 128% △캐피털 29% △증권 9% 순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지주 계열이나 대형 산업 계열 자회사로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캐피털사들은 그룹사에서 재무적 지원을 받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을 하고는 있지만 이들 역시 PF 리스크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태영건설발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캐피털사들도 적지 않다. 태영건설이 참여한 부동산 PF 사업장 가운데 올해 만기 도래하는 채권 규모는 4조8244억원에 달하는데 지주 계열 캐피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태영건설은 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빚을 직접 인수하겠다는 보증을 섰는데 태영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이들은 자금 회수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올 3월 천호동 주거복합시설 신축공사 사업장에 1100억원 규모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이곳에는 신한캐피탈이 대출을 제공했다. 또한 3월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사업장도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곳에는 IBK캐피탈(100억원), 하나캐피탈(150억원)이 대주로 있다. 오는 5월 총 1600억원 규모가 만기 도리하는 독산동 노보텔 개발사업에는 IBK캐피탈(150억원)과 키움캐피탈(100억원)이 대주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IBK캐피탈의 지난해 3분기 기준 PF 익스포저는 2조4499억원으로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5%다. 요주의 이하로 분류된 여신 규모는 4200억원으로 전년 말(733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는데 약 3501억원이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해당한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지표가 낮아지는 추세인데 부실 위험이 확대되면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와 건전성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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