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3월 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자, 미국 지역은행의 실적 및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대규모 손실 소식까지 더해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뉴욕증시 내 미국 지역은행 지수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1일(현지시간) FOMC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현재 5.25∼5.50%)를 동결한다면서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3월 회의서 금리 인하를 보증할 확신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하루 만에 연준이 3월 FOMC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는 비중이 5%포인트(p) 이상 빠지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예비치와 나스닥지수도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면서 각각 1.62%, 2.25% 하락했다.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지역은행 시스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연준이 고금리를 유지하면 국채를 비롯해 지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는 하락한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대출 수익도 쪼그라들게 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때처럼 지역은행에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연준의 은행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BTFP) 종료 시기도 지역은행 시스템 위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BTFP는 연준이 국채, MBS(주택저당증권) 등 적정 자산을 담보로 최대 1년간 금융사에 대출을 지원해 주는 자금 조달 프로그램이다. 시장은 오는 3월 11일을 BTFP가 종료되면 소규모 지역은행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이날 발표된 NYCB의 주가 폭락까지 더해져 지역은행 시스템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NYCB의 주가는 37.6% 급락하면서 20여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중 NYCB의 주가는 46%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NYCB의 폭락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악화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NYCB가 지난해 4분기 2억 5200만 달러(약 3364억원·주당 36센트)의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1억7200만달러(약 2296억 원·주당 30센트)의 이익을 벌어들인 것과 완전히 대조를 이룬다. 2억6200만 달러(주당 27센트)의 이익을 점쳤던 시장 전망도 크게 하회하는 모습이다.
NYCB는 손실 이유로 예상 대출 손실 증가를 지목했다. 특히 오피스 빌딩 등 상업 부동산 대출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NYCB는 예상했고, 배당도 70%나 대폭 삭감했다.
이처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NYCB의 실적 악화는 지역은행 파산 우려를 재점화시켰다. NYCB의 실적 악화 소식에 중소 은행 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코메리카 -5.41%, 시몬스 자이언스 뱅코프 -5.72% 등 밀렸다. 나스닥 지역은행 전반을 추종하는 KBW지수는 6%나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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