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창사 60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소비자의 신뢰를 배반한 오너일가의 씁쓸한 퇴장이다.
남양유업의 몰락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2013년 불거진 '갑질 논란'이 발단이 됐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양유업은 1주에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로 군림했다. 그만큼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높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갑질 논란 이후에도 친인척 마약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불가리스 코로나 효과 논란까지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는 추락했다. 소비자 신뢰마저 잃었다. "남양이 남양했다"란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잊힐 만하면 다시 불거지는 오너리스크는 남양유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불가리스 사태는 오너의 오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당시 오너의 눈치만 보느라 잘못된 결정인 걸 알면서도 "안 된다"고 말할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또다시 회사를 사지로 몰고 간 셈이다.
이처럼 수십 년간 깊숙이 자리한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주인이 바뀐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최대주주로 변경했다. '남양유업의 2.0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너리스크를 떨쳐낸 만큼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11년 만에 황제주에 재등극할 것이란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 4일 대법원이 한앤코 승소 판결을 내린 이후 하루 뒤인 5일 주가는 널뛰었다. 당시 장중 64만5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우려도 공존한다. 한앤코는 국내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사실상 헐값에 기업 지분을 인수한 뒤 부동산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해 이익을 챙긴다. 투자는 소극적으로 하고 비용은 절감해 몸값을 부풀린 뒤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가 주로 취하는 엑시트 방식이다. 이를 그대로 남양유업에 적용한다면 유업계 1위 자리를 되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식품 업계는 '제품 품질력'과 '맛'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식품 회사들이 연구개발(R&D)과 생산라인 증설에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다. 수익성을 위해 투자를 아낀다면 서울우유, 매일유업과 점유율 격차도 좁히기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남양유업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선 투자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직문화를 개혁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경영 실패 원인을 직원들에게서 찾아선 안 된다. 오너의 독단 경영으로 오히려 피해를 입은 것은 직원들이다. 이들을 인적 구조조정이란 명분을 내세워 거리로 내모는 '사태'는 일어나면 안 된다.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소비자 신뢰 전에 직원들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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