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 결산 상장사들이 회계감사 시즌에 돌입했다. 주요 회계법인들이 한창 상장기업 재무제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장사 감사의견 ‘거절’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 2458개사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53개사가 비적정의견을 받았다. 감사의견 비적정은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로 나뉜다. 코스피 상장사는 한정이 나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을 받으면 상장폐지 요건이 된다.
이후 2년 연속 감사범위 제한을 받아도 상장폐지 조건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더 엄격하다. 감사의견 비적정만 나와도 상장폐지될 수 있다.
2022회계연도 감사보고서 결과에서 의견거절은 46개사였다. 총 비정적의견 대비 87%를 차지한다. 비적정의견 중 의견거절 비중은 2020년까지 꾸준히 상승해 90%를 넘어선 뒤 2021년 이후 감소해 8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2018~2021회계연도 상장사에 대한 비적정의견 대비 의견거절 비중을 살펴보면 2018년 81.4%, 2019년 89.2%, 2020년 91.5%, 2021년 85.3% 등이다. 감사의견 비중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2~3%포인트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재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감사본부 파트너는 “회계는 경제적 사건을 숫자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감사의견은 경제·회계적 사건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경제 상황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 후퇴 국면으로 진입한다면 감사의견에도 비적정의견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올해 감사의견 거절 비중이 증가해 비적정의견 대비 약 90%에 육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회계사들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횡령·배임 등이 감사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 침체로 수익 악화 또는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자금을 통한 업무상 횡령·배임 문제가 늘어날 우려가 크다”며 “도덕적 해이로 인해 감사의견 거절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이유만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성급한 일반화라는 의견도 있다. 황재호 파트너는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입각해 회계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견거절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경기 침체에 따른 손상 이슈나 계속기업 가정이 재무제표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견거절 사유는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므로 의견거절 증가 사유를 일반화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회계감사 여건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감사 부담 완화 방안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제 등 지정 대상 확대,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 새로운 회계제도가 안착되면서 엄격한 감사 환경이 조성됐다”며 “기업의 감사 부담을 완화하고 지정감사인 권한 남용이 드러나면 지정 취소 등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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