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얼룩말 '세로'가 탈출해 인근 주택가를 누비는 소동을 빚은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충분한 울타리가 설치되지 않았으며 인근 주민의 2차 피해를 방지할 매뉴얼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서울시는 최근 시 감사위원회가 서울시설공단 기관 운영 종합 감사에서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동물원 방사장 울타리 실측과 동물 탈출에 대비한 안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위는 "어린이대공원 보유 동물 중 위험 그룹(아시아코끼리, 벵갈호랑이 등)과 주의 그룹(스라소니, 얼룩말 등) 동물 사육 환경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환경부의 매뉴얼을 충족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개체(사자, 벵갈호랑이, 얼룩말, 과나코 등)의 외부 방사장 울타리 실제 높이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 기간이었던 지난해 3월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의 경우 도면상 방사장 울타리 높이는 환경부 매뉴얼 기준을 충족했지만 2022년 환경부가 확인한 현황 조사에서는 1.7m로 기준 미달이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매뉴얼상 얼룩말 울타리의 최소 기준은 1.8m이다.
설치 연도가 오래돼 울타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감사위는 "얼룩말 등 초식동물 방사장에는 미관 중심으로 목제·전기울타리가 설치돼있다"며 "목재로 만든 울타리의 경우 2010년에 설치돼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고 알렸다.
얼룩말이 관람 데크 울타리 전체를 파손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전기 울타리가 가동 중이었으나 흥분한 얼룩말에겐 효과가 없었으며 울타리 월담 시 목재로 만든 울타리가 힘없이 기울어지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감사위는 인근 주민의 2차 피해 방지를 막는 매뉴얼이 미흡했다고도 평가했다. 소동이 일어난 어린이대공원은 구의동과 능동 주택가와 인접해 있어 동물이 외곽으로 탈출할 경우 인근 주민에 대한 인명·재산 피해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어린이대공원 외곽 울타리를 확인해 본 결과, 총 2814m 경계선 중 900m에 울타리가 설치되지 않았고, 철제 울타리 설치구간 614m 중 2m 높이 울타리가 설치된 구간은 210m에 불과했다. 목제 울타리도 높이가 모두 1.2m 이하로 대부분 야생동물이 뛰어넘을 수 있는 높이다.
어린이대공원 내부 안전 수칙에는 공원 외곽 등에 관람객 대피 유도 방안과 인근 주민에게 동물 탈출에 대해 신속하게 알릴 수 있는 재난 문자 송출에 관한 매뉴얼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사위는 어린이대공원에 "동물원 시설 전체 대상으로 정확한 실측과 시설 보수와 재난문자 송출 등의 안내시스템 구축 등 동물 탈출 안전대책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2일 아주경제에 "작년 3월 얼룩말 '세로' 탈출 이후 1년여 기간 동안 미흡했던 안전장치를 대부분 보강한 상황"이라며 "'세로'가 탈출했던 초식동물마을 방사장 면적은 2배 넓어졌으며 울타리의 경우에도 목제에서 철제로 바꾸고, 1.8m에서 2.1m로 높이를 더 높였다"고 전했다.
또 "이런 사례가 처음이다 보니 안내 문자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었다"며 "현재 광진구청과 협업해 재난문자 시스템을 구축했고, 매뉴얼도 수정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원 외곽 울타리의 경우 현실적으로 구축이 어려워 올해까지 각 동물들이 있는 방사장 울타리를 재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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