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어느덧 넉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내 극우 강경파로 통하는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종식을 바라는 전 세계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하마스 섬멸이라는 일념하에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는 하마스의 인질 교환 요청도 거부하고 전쟁을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전쟁이 올해를 넘어 2025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보니 미래를 위해 화근을 완전히 제거하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내외 여론에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강경 일변도의 대응만 고집하다 보니 네타냐후 총리는 실리와 명분 모두를 잃고 있다. 이스라엘 경제는 막대한 전쟁 비용으로 타격을 입고 있고, 중동 내 다른 지역으로 확전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년째로 접어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채 끝나지 않은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겹치다 보니 그 파장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홍해에서는 반이스라엘·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무력시위를 벌이며 세계 물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고, 국제 유가는 호시탐탐 오를 기회를 엿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 여론도 부정적이다. 이스라엘의 전통적 맹방이었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네타냐후 총리와 점차 거리를 두고 있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올해 재선에 도전하면서 세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싶어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눈엣가시가 된 모습이다. 처음에는 전쟁의 피해자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비난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도발에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북한 도발에 대해 내놓은 발언들이다. 사용한 어휘들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자세를 보여왔다.
어휘가 과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북한의 무력 위협에 대해서는 응당 그렇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상대가 북한이든 다른 나라든 간에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도발 및 무력을 사용한다면 마땅히 단호하게 대처해 우리 주권을 수호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 얘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바로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반대로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거나 혹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할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여느 관계와 마찬가지로 대북 정책 역시 안전하고 평화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네타냐후 총리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편향된 정책 대응만 고집하면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미국조차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전략 자산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외교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하는 투 트랙 기조를 취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의 도발 빈도와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쟁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한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북한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불가피하게 강경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도발 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많이 들었다.
하지만 충돌 국면 외에 다른 상황에 대한 로드맵을 내놓지 않으면 현 대북 정책이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그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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