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속눈썹이 '메이드 인 차이나'로 둔갑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고 로이터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유엔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판매를 통해 얻은 자금은 김정은 정권 유지에 고스란히 사용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체들이 북한의 속눈썹 반제품을 수입한 뒤 중국 내 가공을 거쳐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이름 하에 한국과 일본 및 서방 국가들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오랜 기간 동안 인조 속눈썹, 가발 등과 같은 헤어 제품의 주요 수출자로서 자리매김해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북한이 문호를 봉쇄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작년부터 중국과 교역을 개시한 가운데 헤어 제품 수출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북한은 중국에 1680톤, 1억 6700만 달러(약 2240억 원) 규모의 가발 및 인조 속눈썹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북한의 대중 수출액 중 약 6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수출을 통해 얻은 자금은 김정은 정권 유지에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동찬 북한 전문 변호사는 "매월 북한이 인조 속눈썹 무역을 통해 얻는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김정은 정권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제재 우회
유엔은 2006년 이후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10개 가량의 제재안을 채택했고, 그 결과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과 석탄이나 원유 및 섬유 등의 무역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헤어 제품은 무역 금지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도 북한과 무역이 가능하다고 제재 전문가들은 전했다.
중국 내에서 북한산 속눈썹 가공이 주로 이루어지는 곳은 '세계 속눈썹의 수도'라 불리는 산둥성 핑두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핑두시 정부에 따르면 핑두시는 전 세계 인조 속눈썹의 약 70%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몬셰리(Monsheery)를 비롯, 핑두 소재 인조 속눈썹업체의 약 80%는 북한산 속눈썹을 수입해 가공 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이들은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북한산 속눈썹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가공된 수출품 중 일부는 한국으로도 들어오고 있다.
한국업체들이 중국에서 가공된 북한산 인조 속눈썹을 수입하는 것은 한국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법은 수입품 생산 과정에 2곳 이상 국가가 관여했을 경우, 수입품의 '중요 특성'이 생긴 국가를 원산지로 간주한다.
따라서 인조 속눈썹의 경우, 그 주요 특성이 북한에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 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은 "중국산으로 가장한 북한 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세청은 해당 보도 만을 근거로 해서 원산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