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한때 움츠러들었던 회사채 시장이 활짝 웃었다. 신용 스프레드(국고채 3년물-회사채 AA- 3년물)가 안정되며 BBB 등급까지 매수세가 옮겨 가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7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회사채 전체 규모만 놓고 보면 한 달 동안 약 13조원이 발행됐다. 등급별로는 AA0(안정적)와 AA-는 각각 4조5000억원, 4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규모가 발행됐다.
AAA 등급과 A- 등급은 순상환된 반면 AA+~A0 등급은 순발행됐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채권 투자자들은 AAA 등급 매수만 고집했다. 최근 들어서는 AAA 등급보다 그 아래 등급 금리에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3조원에 가까운 공급 부담에도 불구하고 크레디트 채권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가 이어졌다”며 “회사채 A 등급 강세는 고금리 크레디트 수요에 힘입은 것으로 판단된다. A 등급 회사채는 4~5% 금리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금리 메리트가 크다”고 평가했다.
회사채는 지난해 6월 2조원 순발행된 뒤 줄곧 순상환 기조를 이어갔다. 7월 -1조원, 8월 -300억원, 9월 -1000억원, 10월 -2조8400억원, 11월 -2조1400억원, 12월 -7800억원 등을 기록했지만 연초에는 순발행으로 전환돼 반년 만에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연초에는 기관들의 자금 집행과 더불어 특정 기관의 자금 집행이 맞물리면서 채권 발행과 투자자 수요가 늘어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금리 인하와 함께 잠재됐던 부동산 PF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연초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건설채, BBB 등급과 같은 비우량채도 수요예측에 성공하면서 회사채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현대건설(AA-)은 수요예측에서 목표액(1600억원) 대비 4배 넘는 685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같은 달 SK에코플랜트(A-)도 1300억원 모집에 5배인 70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최근 A+(부정적) 등급 진단을 받은 롯데건설도 1년물 2000억원 발행 수요예측에서 34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BBB 등급에서도 온기가 돌고 있다. 지난달 두산퓨얼셀은 400억원 모집에 2250억원에 달하는 기관 매수 주문을 받았다. 그 외 동급인 AJ네트웍스와 SLL중앙도 수요예측에서 3배 이상 주문이 나왔다.
채권운용업계에서는 AA~AAA 등급 훈풍이 BBB 등급까지 낙수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AA~AAA 등급이 강세를 보였지만 금리 매력을 보고 투자자들이 BBB 등급까지 찾는 것”이라면서 “AA 등급이 그 아래 등급 투자로 옮겨갈 수 있도록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회사채 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크게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다소 완화됐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부각되면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며 “이번 주에도 연초 기관 자금 집행 수요와 가격 메리트 영향으로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발행은 계속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대 1조6000억원에 이르는 조(兆) 단위 규모로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그 외 SK텔레콤 대한항공 코웨이 등 30여 곳이 이달 수요예측을 할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