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9~10시 술을 마시거나 파티를 즐겼던 미국 MZ세대들이 수면을 택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18세에서 35세 청소년과 청년들이 수면이 건강에 장·단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이 늦은 저녁 식사를 거절하고, 적정한 수면 시간을 가지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청년들이 잠에 드는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침대 제조업체 슬립넘버가 지난 1월 고객 2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8~34세 고객은 평균 오후 10시 6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2분(오후 10시 18분) 빠르다.
수면 시간도 늘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렌트카페(RentCafe) 조사에 따르면 2022년 20대는 평균 9시간 28분 잠을 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0년보다 8%(8시간 47분)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1월 오클라호마주 털사로 이사한 매들린 서그(25)는 "이사한 이후 밤 9시에 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며 "일찍 잠들면 또래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오히려 삶의 많은 부분이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주말에 꼭두새벽까지 술을 마셨던 '올빼미족'이었지만, 지금은 평일 저녁 5~6시에 재즈 쇼를 보거나 술을 마신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정신건강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야식과 술값에 들어가던 수백 달러도 절약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유흥 문화도 바뀌고 있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한 술집은 지난해 오후 5시에 시작하는 '마티네(낮 시간에 개최하는 공연)'를 네 차례 열었다. 자정에 열리던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역시 지난 1월 1일 오후 8시에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대기자 200명을 기록하며 성황을 이뤘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수면 장애 담당 전문의인 존 윙클먼은 "최근 더 많은 사람이 수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기쁘다"면서도 "사람들이 잠에 드는 시간을 과도하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일관된 취침 시간과 7~9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을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3월 전진선 한림대 신경과 교수가 발표한 '최근 한국인의 수면동향'에 따르면 2004년 6시간 50분이었던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2019년 7시간 15분으로 대략 24분 이상 증가했다. 수면시간 증가는 대부분 주말 수면시간 증가가 반영된 결과였으며, 한국인 주중 평균 취침 시간은 오후 11시 45분으로 지난 15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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