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부 부처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설 연휴 이전 플랫폼법 관련 내용 발표를 목표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들 간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
플랫폼법은 시장 내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4대 반칙 행위인 자사 우대·최혜대우 요구·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멀티호밍)·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정부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해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4∼5개 정도로 정해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 중에는 네이버·카카오가, 해외 기업 중에는 구글·애플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배달의민족이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쿠팡 등 기업들은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피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를 추진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 아니며 '낙인효과'만 가져올 뿐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포기하도록 유인해 민간자율 존중 원칙에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지배적 사업자를 선정할 때 제대로 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국회입법조사처가 설명했다. 단순히 플랫폼 사업자의 규모나 영향력을 반영한 기준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량적 기준을 설정하고 정성적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 관련 시장 획정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지정에 경쟁당국이 자의적 개입을 할 여지가 높다"며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해외 사업자의 연매출액 산정 문제, 생태계 전반의 성장 위축 가능성, 플랫폼 사업자의 활동 제약 우려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규제 방식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여러 국내·외 플랫폼 시장의 변화와 집행 사례들을 참고해 규제의 효과를 제고하고 혁신과 시장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찬성 입장도 있다. 찬성 측에서는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거대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플랫폼 경제사회에서 거대 플랫폼의 폐해를 계속해 방치하거나 법률제정을 미룰 경우 더 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해 보다 적절히 조치할 수 있는 '플랫폼법'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독과점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그 체제가 굳어지면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반칙행위 시점'과 '시정조치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플랫폼법을 도입해 플랫폼 반칙행위 처리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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