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 3년간 주가연계증권(ELS)을 팔아 약 7000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얻었지만, 그 사이 소비자들은 최고 60%에 달하는 손실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 은행권은 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ELS 판매를 일제히 중단했다. 하지만 영구적으로 해당 영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지는 미지수다. 은행 비(非)이자이익에서 ELS 관련 수익 비중이 높아 은행권의 딜레마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2021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ELS 판매 수수료를 통해 얻은 이익은 모두 6815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의 흐름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은행들은 주로 증권사가 설계·발행한 ELS를 가져와 신탁(주가연계신탁·ELT)이나 펀드(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팔아왔다.
하지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은행의 ELS 수수료 이익과는 대조적으로, 상당수 ELS 가입자는 현재 손실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만기가 집중된 홍콩 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7061억원어치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상환액은 3313억원으로, 평균 손실률은 53.1%(3748억원/7061억원)에 이른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현재는 절반 이상 하락한 5200선 수준이다. 해당 상품은 관련 지수 하락률이 반영된다. 때문에 금융권은 해당 추세대로라면 올 1분기 손실률이 60%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조2000억원의 원금 만기가 집중되는 가운데, 해당 기간 손실 규모가 6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최근 기초자산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ELS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은행들이 ELS 판매를 영구히 중단할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은행 비이자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ELS 관련 수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비이자이익에서 ELS 수수료 이익이 5.7%를 차지했다. 비이자이익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외환 수수료보다는 작지만 '퇴직연금 자산관리' 수수료와 거의 같은 이익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손실 확산 우려에 은행권이 ELS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는 했지만, 비이자수익원인 해당 영업을 놓고 은행권의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면 판매는 앞으로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대면 채널에선 어떤 형태로든 다시금 영업을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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