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경제를 둘러싸고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최대 소비 대목인 춘제(春節·중국 설, 2월10~17일) 경제가 중국 경기 반등세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엔 ‘일년 내내 절약해도 명절은 제대로 보내야 한다(寧省一年,不省一節)’는 말이 있다. 경기불황으로 꽁꽁 닫혀있던 중국인들의 지갑도 춘제 때만큼은 활짝 열린다는 뜻이다.
중국 현지 매체들이 나서서 춘제 경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4일 "춘제 소비는 중국 소비의 풍향계이자, 경제 성장을 견인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첨단 전자제품, 문화·스포츠 소비, 국산품이 주요 소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훙융 중국 상무부 연구원 부연구원은 "중국 스마트 제조업 부상과 함께 중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소비가 늘고 있다"며 "특히 국산품 소비 트렌드가 스포츠 의류, 휴대폰·노트북 등 가전제품, 전기차 등 분야로 퍼지고 있다"고 짚었다.
춘제를 앞두고 관광 열기도 뜨겁다. 중국이 올 들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과 잇달아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한 것이 중국인의 해외 관광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올해 춘제 연휴를 맞아 중국인 해외 관광이 5년 만에 가장 활기를 띨 것"이라며 "이는 경기 회복을 촉진하고 소비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NIA)은 춘제 연휴 기간 국제선 하루 평균 출국객이 180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3.3배 증가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춘제 수준에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진쑹 중국관광연구원 국제연구소 소장은 "올해는 춘제 연휴가 긴 데다가, 코로나19 불확실성도 사라지고, 비자 간소화 조치가 확대돼 중국인 관광객의 자신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중국관광연구원은 올해 중국인 해외 관광객 수가 연인원 1억3000만명으로, 전년 8700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셰청은 올해 춘제 연휴 해외관광 예약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며 올해 춘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목적지로 일본·홍콩·말레이시아·호주·싱가포르·한국·마카오·뉴질랜드·베트남 등을 꼽았다.
극장가도 연휴를 반기는 모습이다. 5일 중국 증권시보는 올해 춘제 연휴에 맞춰서 한한 감독의 '비치인생(飛馳人生)', 자링 감독의 '열랄곤탕(熱辣滾燙), 장이머우 감독의 '제12조(第二十條)' 등 모두 9편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며 올해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매출이 6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했다. 코로나19 리오프닝으로 소비가 활기를 띠었던 지난해 춘제 연휴기간 박스오피스 수입은 67억5800만 위안이었다.
다만 중국 경제난 속 중국인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앞서 3일 블룸버그는 춘제 연휴를 앞두고 명절 대표 음식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급감하고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 디플레이션(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악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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