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기관 업무계획' 최우선 과제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꼽았지만, 일부 금융권과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신의 시선이 지속되고 있다.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 관리 등 잠재 리스크 요인을 진단하고 선제 대응한다는 뜻을 지속 피력해 왔지만, 관련 리스크가 잇따라 터지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계획들만 도출되고 있어서다. 이외 업무보고 계획 등도 큰 틀에서 전년대비 크게 바뀌지 않아 '성과 없는 재탕 업무계획'이라는 지적이 상존한다.
금감원은 5일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전방위적 대응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따뜻한 민생금융 △든든한 금융신뢰 △역동적인 미래성장을 주요 추진전략으로 꼽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금융시장 안정'을 올해도 선결 경영목표로 잡았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와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부동산PF 사업장의 정상화와 구조조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PF사업장을 구조조정하면 분양가 14% 인하 효과를 거둬 국민 주거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해외부동산 리스크에 대비해 사업장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금감원의 해당 업무계획에 불신의 눈길이 팽배하다. 그간 비슷한 기조의 금융시장 안정을 크게 주창해 왔지만, 개선되기는커녕 리스크 규모만 키웠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우려됐던 태영건설 부실 사태가 올 초 현실화됐고, 워크아웃으로 PF 위기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부동산 PF 대출 연체가 늘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30조원대로, PF가 포함된 부동산·건설 업종의 연체액과 연체율은 최근 2년간 각각 3배, 2.4배로 뛰었다.
부동산PF 차입금으로 금융사들도 대손충당금을 지속 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국내 금융지주의 태영건설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지난 4분기에만 31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계대출 역시 지난해 11월 기준 해당 잔액이 1091조9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4000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은 지난해 정부 주도로 출시됐던 특례보금자리론 등 근본적 책임이 ‘정부 정책’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이날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로 부채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지만,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출시가 이어지며 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아울러 금융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등 불법·불건전영업행위에 대한 종합 개선대책 마련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판매 제도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사전에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금융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매년 비슷한 내용의 업무계획으로 리스크 요인들의 선제 관리를 다짐하고 있지만, 관련 잠재 리스크들이 속속 터지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모습"이라며 "지난해에도 큰틀에서 △민생금융 감독 강화 △금융산업 혁신 등 올해와 비슷한 추진계획 등이 나온 바 있고, 올해도 최근 촉발된 리스크를 수습하는 차원의 요소들이 추가됐을 뿐 '성과 없는 재탕 업무계획'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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