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4년 차에 진입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조만간 종결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미국의 대중국 압박 및 견제 전략은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든, 공화당 후보자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견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30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외교협회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는 수일 전 태국 방콕에서 만났던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자제하고,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과 잔여 임기 동안 나아갈 방향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이 중국에 압박과 견제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중국이 국제질서를 변화시킬 의사가 있고, 또 그러한 경제력, 외교력, 군사력,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하이테크 부문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결정적 요인이다. 그는 평시의 중국이 역사상 최대 수준의 군사력 증강 폭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 더 탄압적이고 대외적으로 더 공세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대만해협에서 이런 중국의 공세 행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제 부문에서 중국은 세계가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드는 동시에 자신의 대외의존도는 축소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정당성과 당위성은 하나로 압축된다. 미국의 ‘최종적인 쇠퇴론(terminal decline)’에 기초한 사실을 설리번은 강조했다. 즉,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하고 미국이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의지가 약화(undercut)되었다고 중국이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해결을 하는 데 있어 미국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의 이러한 확신이 강해졌다고 그는 부연했다. 중국이 최근 ‘동방이 부상하고 서방이 쇠퇴하는’ 식의 발언을 공공연하게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를 덧붙였다. 2013년 봄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직후 중국공산당 간부 회의에서 ‘자본주의는 소멸할 것이고 사회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투자는 미국의 제조업과 산업의 부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우방 기업의 ‘프렌들리쇼어링(friendly-shoring)’ 전략을 들고나온 이유다. 설리번은 이런 전략적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미 정부의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규모 투자가 반도체와 청결에너지 사업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이들 분야에 대한 미 정부의 투자는 2019년에 비해 20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공공과 사영 분야에서도 3조5000억 달러가 더 투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미 의회가 통과시킨 인프라건축법안, 반도체과학법, 청결에너지법안,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등을 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국의 비(非)시장경제적인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미국이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의 동력을 견인하는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렬(align)’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약화된 동맹과 우방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기존 자유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목적 하나만으로 동맹 관계를 재정비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의 당위성으로 자유 국제질서의 기반인 인권, 자유, 민주주의 등의 가치 수호도 강조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노력의 결과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출범으로 가시화되었다. 이 밖에 오커스(AUKUS), 쿼드(QUAD) 등이 소다자주의 협의체들이 순조롭게 수립되는 동시에 양자 차원에서도 동맹과 우방과의 관계도 강화된 사실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가령 필리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와의 관계가 강화된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설리번은 한국, 미국, 일본 등과 소다자주의 협의체의 결성을 최고의 결과로 꼽았다.
이렇게 동맹과 우방 국가와의 관계 정렬을 통해 미국은 이들로부터 약 2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 약속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 지역의 우방을 연결해주면서 디커플링보다는 전략적 의존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그는 밝혔다. 그는 이런 협력 기반을 통해 민감한 과학기술의 이전 채널은 더 이상 취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전환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작년에 미국이 강조하기 시작한 ‘디리스킹(리스크 축소 전략)’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맞춤형으로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고 해외투자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경쟁(compete)’ 전략 부문에서도 설리번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의 필연성을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주장했다. 대신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미에서 경쟁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미국이 주도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로 설명이 됐다. 미·중 전략 경쟁이 자칫 막대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는 미국이 상기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 즉 미국 내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우방과의 협력의 결과라고 부연했다. 앞으로 중국이 세계의 중대한 국가 중 하나로 당분간 군림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으로 건설적인 경쟁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외교는 더 이상 중국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경쟁하면서 공존하는 방식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설리번은 미·중이 경쟁과 공존이 병행되기 위해서는 갈등, 대립 또는 신냉전과 같은 결과는 피해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미·중 양국이 경쟁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인식을 공유한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런 인식은 미·중 양국이 ‘오해(misperception)’와 ‘잘못된 소통(miscommunication)’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공감대에 기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중 양국이 서로의 위치, 전략 이익에 대한 더 명확한 파악과 이해가 전제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에 ‘솔직하게(frank)’, 그리고 ‘진솔하게(candid)’ 대화와 외교에 임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미국은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로 일관한 것뿐 아니라 사전에 중국 측에 취할 조치에 대한 설명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이 취하는 견제 및 압박 조치의 취지, 의도, 목적과 내용을 상세하게 중국 측에 사전에 알리면서 중국의 이해와 양해, 그리고 협조를 모색했다는 것이다. 설리번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의 이런 접근 방식은 유효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런 대화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아닌 ‘두 방향 소통’ 방식으로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를 견지해 나갈 의지가 강하다고 그는 전했다. 일방적인 통보 방식은 중국 측의 오해 소지만 확대시킬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양방향 소통 결과가 최근 미·중 양국의 고위급 회담 및 상호 방문의 연쇄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으로 설리번은 중국의 인권유린, 강제노동과 비확산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공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 문제도 의제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이 밖에 홍해와 북한 문제 또한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미 의회와의 공조도 잊지 않고 전했다. 초당적인 협력과 지원이 보장되어야 미국이 더 강하게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미국 외교의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 사고다.
미 의회는 지난 1년 동안 중국 관련 법안을 약 520개 상정한 상황이다. 미 의회가 개회되면서 더 많은 법안이 상정될 것이다. 2022년에 선출된 하원의원의 임기가 올 11월에 만료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입법화 노력은 가속화될 것이다. 선례에 따르면 올여름이 그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관련 법안을 통합하여 하나의 법안으로 입법할 것이다.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자들은 중국 때리기로 일관할 것이다. 이들을 각 정당과 의원이 지지하는 모양새는 중국 관련 법안의 입법화로 갖춰질 것이 자명하다.
정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가진 미국의 법안에는 ‘구멍’이 많기 마련이다.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하다 보니 졸속으로 통과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가령, 2022년에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는 ‘제2의 반도체과학법’ ‘제2의 인플레이선감축법(IRA)'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전과 같이 법안 통과와 부칙 설정에 일희일비하면서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미 의회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이들이 520개가 넘는 법안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법안의 최종 형상을 예상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입법 법안에 대해서도 면밀하고 세세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구멍’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레버리지가 될 소지와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에 하듯 미국에 우리한테도 사전 고지와 소통을 요구해야 하겠다. 우리는 미국과 제일 오래된 동맹국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권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가 미국의 대중국 압박 방안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사실은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도 명백히 드러났다. 이런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미국에 레버리지로 삼으면서 미국의 향후 행보에 관한 정보 공유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당당함도 보일 필요가 있다. 미국에 우리는 군사, 안보, 경제안보, 공급망 등에서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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