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產力)을 발전시키자.'
올해 중국 지방 양회(兩會, 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의 주요 키워드다. 여기에는 파괴적 기술 혁신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신품질 생산력은 전통적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고품질 발전 요구에 맞는 첨단기술로 선진 생산력을 적극 키워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중국의 기술 낙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시 주석이 과학기술 혁신에 전국의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신품질 생산력이란 개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헤이룽장 시찰 당시 처음 언급했다. 지난 1월 31일엔 시진핑 주석 주재의 새해 첫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 주제로도 채택됐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신품질 생산력 발전에 속도를 내서 고품질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빅데이터·인공지능·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과 고급 노동자, 현대 금융 등을 긴밀히 연계해 신산업·신기술·신제품·신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이 개념을 구체화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신에너지·신소재·선진제조·전자IT 등 전략적 신흥산업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 산하 중공정치군사작전개념연구소 량수위안 연구원은 VOA에 "중국은 신에너지차·리튬전지·태양광 배터리 방면에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산양(新三样, 3대 신 품목)'이라 불리는 이 세 가지는 중국이 대외수출의 신 성장동력으로 삼은 주력 분야다. 지난해 이 3대 품목 수출액만 전년 대비 30% 급증하며 1조 위안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수출액이 4.6%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중앙정부 구호에 발맞춰 올 초 열린 지방 양회에서 각 지방정부도 일제히 신품질 생산력 강화를 제창했다. 6일 중국 경제매체 재련사(財聯社)는 베이징·톈진·광둥·장쑤·쓰촨·허베이·상하이·충칭·저장 등 대다수 지방정부가 보고서에서 올해 신흥 미래 산업에 초점을 맞춰 과기 혁신 주도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신품질 생산력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울 것임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신품질 생산력이 올해 경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중국 증시에서도 관련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금융 전문 매체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무려 4700개가 넘는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20개 종목이 상한가를 쳤는데, 이 중 신품질 생산력 관련 테마주가 9개에 달했다. 스마트 제조설비업체 커라이지뎬(603960.SH), 화학공정 설비업체 크라우스(600579.SH), 수치제어(CNC) 공작기계 업체 하이톈정공(601882.SH)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품질 생산력이 중국이 현재 맞닥뜨린 경제 문제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량수위안 연구원은 "신에너지차와 같은 중점 산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중국 전체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겉으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 확대 등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에선 경제 문제를 국가 안보와 연결시키면서 정책적 모순과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는 외자 유치와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용어 만들기를 즐기는 시진핑 주석이 내놓은 또 하나의 공허한 개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워싱턴 정보전략연구소 경제학자 리헝칭은 미국의소리(VOA)에 "시 주석이 새 용어를 만들면 관료들은 그것을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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