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한동안 공실률 개선 흐름을 보였던 상가들이 최근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 영향과 대규모 점포 폐업이 겹치면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크게 악화됐다. 빈 상가들이 늘어나며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리는 분위기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가 공실 증가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7.3%로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 4분기(7.1%)를 웃돌았다. 이는 부동산원이 분기별 공실률을 공개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상가 공급과잉 상황과 함께 경기 침체로 인한 점포 폐업 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에서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식품 즉석 제조·판매) 폐업이 9895개소에 달했을 정도다. 2021년 4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유지됐고 지난해에는 자유롭게 점포를 이용할 수 있었음을 감안하면 최근 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공실률 악화는 높은 임대료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4분기 임대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전국 중대형·소규모 상가는 각각 99.5와 98.9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3년(소규모 상가는 2015년부터 공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엔 다른 양상이 감지된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즘 택배·배달 시스템이 잘 갖춰지다 보니 상가를 방문하는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된 와중에 온라인 쇼핑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가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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