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으로 몰려가고 있지만 수익률은 엇갈리고 있다. 경기소비재, 보험, 금융, 자동차 등 만년 저평가 업종이 저PBR 테마화됐기 때문이다. 업종 간 순환매에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1~2일 2거래일간 약 16% 상승했지만 이후 5~6일 이틀 동안은 3.6% 하락했다. 현대차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오른 뒤 이날 1.05% 떨어졌다. 보험주와 은행주는 자동차 업종과 엇갈렸다. 삼성생명은 전날 1.53% 내렸지만 이날은 소폭 올랐다. 한화생명과 KB금융 역시 전날 하락했지만 바로 다음 날인 이날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지주사들도 수익률이 서로 상반된다. 지난 6거래일간 상승한 LS는 이날 급락했고 SK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틀 상승하는 데 그친 뒤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주가가 올랐던 한화 역시 이날 5% 넘게 내렸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저PBR 업종 간 서로 자금이 오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ETF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주주환원' '고배당' 등을 테마로 한 상품들의 거래량이 폭발했다.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다. 이 ETF는 견고한 펀더멘털, 장기 성장성을 갖추고 있으나 저평가된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38개 편입 종목의 평균 PBR은 0.6배 수준이다.
최근 시장 수급이 몰리고 있는 저PBR주로 구성돼 있어 정부 발표 이후(1월 25일∼전날) 일평균 거래량이 3만577주로 급증했다. 이는 직전 8거래일(1월 15∼24일) 일평균 거래량(1357주)보다 2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순환매가 나타나는 저PBR 종목들을 묶어 투자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아 거래량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이 유사 정책을 시행한 이후 관련 ETF가 우수한 성과를 낸 점도 투자자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일본 증시에는 경영진 급여가 기업 성과와 연계돼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Investor-Management Unite as One' ETF가 상장됐다. 또 'Simplex PBR Improvement over 1x'도 출시됐다. 이는 PBR 0.7배 이하 종목 가운데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통해 PBR 상승을 예상할 수 있는 종목을 모아 투자하는 상품이다. 두 ETF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6.30%, 7.94%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 증시 부양책을 벤치마킹한 만큼 ETF 상품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박유악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투자 ETF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을 담고 있는 ETF가 부양책 실시 이후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관련 상품을 기획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PBR이 낮지만 주주환원이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상품 지수를 개발하고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고배당 등 주주환원이 높은 종목으로 구성된 ETF는 있기 때문에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지수가 나온다면 ETF 상품 출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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