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 시장’ 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단연코 미국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통화 정책에도 줄곧 호황기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M7(매그니피션트 7)’ 기업들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이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서학개미들은 185조원을 미국 시장에 투자했습니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상장지수펀드(ETF)'로 총 1조4735억원이 순매수됐습니다. 미국채 20년물 채권 지수 운용 실적의 3배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글로벌 국가로서의 위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개별 기업 중 순매수 1위는 아이온큐(IONQ INC)로 3763억2525만원이 순매수됐습니다.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신제품과 미국 공군연구소(AFRL)와 2550만 달러 규모의 양자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투심이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약 180배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 기점으로는 미국 주식 투자가 더욱 보편화됐죠.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는 이유는 매년 우상향하는 S&P500과 나스닥100 때문입니다. 지난 1년 동안 S&P500은 20% 상승했습니다. 5년을 기준으로 넓혀보면 S&P500은 82.96% 올랐습니다. 1980년대까지 기준치를 넓히면 주가는 3000% 이상 치솟았습니다.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 포함된 나스닥100의 상승률은 S&P500지수보다 더 높습니다. 최근 1년 동안 나스닥100 기업은 기술주의 선방으로 38% 올랐습니다. 5년치로 확대하면 154%, 1995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3800%가 넘습니다.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년 동안 각각 3.56%, 4.48% 상승했습니다. 5년 동안으로 넓히면 코스피는 18%, 코스닥은 13.05% 올랐습니다. 국내 증시도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했지만, 미국 증시와 비교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장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미국 기업들이 세계 증시를 좌지우지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수년 동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S&P500 지수 내 상위 10대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수익률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오랜 기간 소수 기업이 전체 시장을 이끌며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주목받는 기업은 바뀌지만 S&P500, 나스닥100이라는 미국 지수의 위력은 변함이 없습니다. 서학개미들이 퇴직연금 자금을 미국 증시에 넣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날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KB스타 미국 나스닥100 인덱스’와 ‘KB스타 미국 S&P500 인덱스’ 연금클래스로 각각 494억원, 132억원이 들어왔습니다. 두 펀드를 비롯해 1년 새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국 대표지수 인덱스 펀드로 총 730억원 넘게 유입됐습니다. ‘KB스타 미국 나스닥100 인덱스’와 ‘KB스타 미국 S&P500 인덱스’ 펀드의 지난달 말 기준 1년 수익률은 각각 41.3%, 21.2%였습니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을 통한 미국 지수 투자율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실제 코로나19 전인 2018년 10월 TIGER 미국나스닥100은 75위(AUM 630억원)였지만 현재는 7위(AUM 2조7750억원)까지 올라왔습니다. 미국 나스닥100의 AUM은 금리 상품을 제외하고 장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어 TIGER 미국 S&P500(AUM 2조4580억원)도 한국 상품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선 지 오래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를 하기보다는 서학개미 유행이 커지면서 S&P500·나스닥100지수 관련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많이 옮겨갔다"며 "연금 시장이 더 커지면 미국 지수 관련 상품을 투자자들이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