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1500만명에 육박한다는데. 아직까지도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나 환경은 부실하기만 하다. '반려동물' 양육이 보편화된 지금도 매체가 다루는 반려동물의 모습은 처참할 지경.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유기 문제나 학대 등도 가벼운 에피소드로 다뤄지거나 고민 없이 표현되기 일쑤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으로는 동물 소재 국내 영화들이 그리 반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고민은 미루고 '귀여움'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얄팍함이 느껴져서였다.
그런 이유로 영화 '도그데이즈' 역시 믿음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앞선 작품들에 대한 잔상이 채 지워지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영화 관람 120분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극 중 단역들의 마음마저도 공감이 갔다. 집을 지키고 있을 11살 노견이 어른거려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깔끔한 성격의 싱글남 '민상'(유해진 분)은 '영끌'하여 구매한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진영'(김서형 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물 사랑이 지극한 수의사 '진영'이 버려진 동물들을 모두 동물병원으로 불러들이기 때문. 그는 날마다 동물들과 '진영'을 타박하며 이들을 쫓아낼 궁리로 가득하다.
반려견 '완다'의 진찰을 위해 동물병원을 찾은 세계적 건축가 '민서'(윤여정 분)는 이를 목격하고 그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충고한다. '민서'를 알아본 '민상'은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성사하기 위해 그를 섭외하려 애쓰고 잘 보이기 위해 '진영'과 유기견 '차장님'을 공략하려 한다.
한편 지병을 앓고 있는 '진영'은 '완다'와 산책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유일한 가족인 '완다'를 잃어버린 그는 MZ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 분)와 만나 '완다'를 찾아 나선다. 길 잃은 '완다'를 보호 중이던 케이팝 작곡가 '선용'(정성화 분)과 '정아'(김윤진 분)는 딸 '지유'(윤채나 분)가 '완다'를 돌보며 밝아지자 그의 거취를 두고 갈등한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인천상륙작전' '그것만이 내세상' '영웅' 등 다수의 작품 조연출을 통해 기반을 쌓은 김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 '해운대' '퀵' '스파이' '국제시장' '공조' '그것만이 내 세상' '영웅' 등 대중성 있는 작품으로 흥행을 이끌어온 JK필름이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JK필름의 장점이자 강점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JK필름의 전작이 그러하듯 영화 '도그데이즈' 역시 우리 이웃의 모습을 따스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반려동물'을 매개로 다양한 세대 인물들이 인연을 맺고 변화해 가는 모습은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공감을 끌어낸다.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와 배달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MZ 라이더, 혼자가 편한 싱글남과 함께인 게 너무 좋은 수의사,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된 초보 부모, 여자친구의 강아지를 함께 돌보게 된 전·현 남자친구 등 세대, 직업, 개성, 상황이 모두 다른 인물들의 파편화된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나가는 과정이 매끄럽다. 그리고 이 파편들이 하나의 지점으로 모이는 순간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끌어내기도. 김 감독의 탄탄한 기본기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영화 '도그데이즈'가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보는 시선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노인과 반려견의 이야기, 안락사, 펫샵 구매 등에 대한 문제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반려동물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없었더라면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다. 특히 아픈 반려견과 안락사 선택을 고민하는 주인의 모습은 '예쁜' 동물 소재 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아픈 신이기도. 김 감독은 이런 무거운 이야기들을 언급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또 영화 말미 '민상'이 '차장님'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깐깐하게 면접을 보는 장면도 언급할 만한 신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꼭 고민해 봐야 할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짧게 지나가는 장면들 속 김 감독과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 '도그데이즈'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이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인물 간의 관계성이 살아있어서다. 성공한 건축가 '민상'과 MZ 배달 라이더 '진영'의 이야기는 세대 간 공감을 일으키며 깊은 여운을 남기고, '선용'과 '정아'가 딸 '지유'와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마음을 움직이게끔 한다. '반려동물' 이야기만이 이 영화의 '무기'는 아니다.
영화 공개 후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민서'와 '진영'의 에피소드다. 윤여정이었기에 가능했던 '민서'는 그의 연륜과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내 해당 에피소드를 담백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윤여정의 상대역이었던 배우 탕준상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대배우 윤여정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에너지를 발산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극장 밖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7일 극장 개봉. 상영등급은 12세이상이고 상영시간은 120분이다.
대한민국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1500만명에 육박한다는데. 아직까지도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나 환경은 부실하기만 하다. '반려동물' 양육이 보편화된 지금도 매체가 다루는 반려동물의 모습은 처참할 지경.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유기 문제나 학대 등도 가벼운 에피소드로 다뤄지거나 고민 없이 표현되기 일쑤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으로는 동물 소재 국내 영화들이 그리 반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고민은 미루고 '귀여움'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얄팍함이 느껴져서였다.
그런 이유로 영화 '도그데이즈' 역시 믿음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앞선 작품들에 대한 잔상이 채 지워지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영화 관람 120분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극 중 단역들의 마음마저도 공감이 갔다. 집을 지키고 있을 11살 노견이 어른거려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깔끔한 성격의 싱글남 '민상'(유해진 분)은 '영끌'하여 구매한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진영'(김서형 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물 사랑이 지극한 수의사 '진영'이 버려진 동물들을 모두 동물병원으로 불러들이기 때문. 그는 날마다 동물들과 '진영'을 타박하며 이들을 쫓아낼 궁리로 가득하다.
한편 지병을 앓고 있는 '진영'은 '완다'와 산책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유일한 가족인 '완다'를 잃어버린 그는 MZ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 분)와 만나 '완다'를 찾아 나선다. 길 잃은 '완다'를 보호 중이던 케이팝 작곡가 '선용'(정성화 분)과 '정아'(김윤진 분)는 딸 '지유'(윤채나 분)가 '완다'를 돌보며 밝아지자 그의 거취를 두고 갈등한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인천상륙작전' '그것만이 내세상' '영웅' 등 다수의 작품 조연출을 통해 기반을 쌓은 김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 '해운대' '퀵' '스파이' '국제시장' '공조' '그것만이 내 세상' '영웅' 등 대중성 있는 작품으로 흥행을 이끌어온 JK필름이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JK필름의 장점이자 강점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JK필름의 전작이 그러하듯 영화 '도그데이즈' 역시 우리 이웃의 모습을 따스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반려동물'을 매개로 다양한 세대 인물들이 인연을 맺고 변화해 가는 모습은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공감을 끌어낸다.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와 배달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MZ 라이더, 혼자가 편한 싱글남과 함께인 게 너무 좋은 수의사,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된 초보 부모, 여자친구의 강아지를 함께 돌보게 된 전·현 남자친구 등 세대, 직업, 개성, 상황이 모두 다른 인물들의 파편화된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나가는 과정이 매끄럽다. 그리고 이 파편들이 하나의 지점으로 모이는 순간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끌어내기도. 김 감독의 탄탄한 기본기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영화 '도그데이즈'가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보는 시선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노인과 반려견의 이야기, 안락사, 펫샵 구매 등에 대한 문제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반려동물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없었더라면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다. 특히 아픈 반려견과 안락사 선택을 고민하는 주인의 모습은 '예쁜' 동물 소재 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아픈 신이기도. 김 감독은 이런 무거운 이야기들을 언급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또 영화 말미 '민상'이 '차장님'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깐깐하게 면접을 보는 장면도 언급할 만한 신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꼭 고민해 봐야 할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짧게 지나가는 장면들 속 김 감독과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 '도그데이즈'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이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인물 간의 관계성이 살아있어서다. 성공한 건축가 '민상'과 MZ 배달 라이더 '진영'의 이야기는 세대 간 공감을 일으키며 깊은 여운을 남기고, '선용'과 '정아'가 딸 '지유'와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마음을 움직이게끔 한다. '반려동물' 이야기만이 이 영화의 '무기'는 아니다.
영화 공개 후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민서'와 '진영'의 에피소드다. 윤여정이었기에 가능했던 '민서'는 그의 연륜과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내 해당 에피소드를 담백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윤여정의 상대역이었던 배우 탕준상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대배우 윤여정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에너지를 발산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극장 밖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7일 극장 개봉. 상영등급은 12세이상이고 상영시간은 12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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