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연말 배당' 대신 '벚꽃 배당'을 받게 됐다.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일부 상장사들이 12월 말이었던 배당기준일을 3~4월로 바꾸면서다.
결산배당과 분기배당을 함께 받는 '더블 배당' 가능성까지 나타나면서 배당성향이 높은 금융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주 배당수익률은 최고 10%에 육박해 전통적인 고(高)배당주로 꼽힌다.
주주환원율 40% 달성 눈앞…금융지주사 주주가치 제고 총력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배당절차 개선방안'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주당배당금(DPS)을 상향하고 총주주환원율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밝힌 총주주환원율은 각각 33%, 33.7%다. KB금융은 지난해 33%에서 3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신한금융도 36% 정도의 환원율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4대 금융지주사 모두 30%를 웃도는 총주주환원율을 기록하게 된다.
2월 말부터 3월 말(1분기 배당기준일) 사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배당을 총 2회 받을 수 있어 고배당 주식을 보유하기에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말에는 분기배당을 지급하는 기업들의 배당기준일이 예정돼 있다"며 "결산 배당과 분기 배당까지 맞물리면서 배당투자 매력도가 확대돼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일 신고가 경신…높아지는 은행주 몸값
금융지주들의 배당 기준일이 변경되면서 은행주는 새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상생금융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따른 충당금 부담 등으로 약세를 보여왔지만 새로운 배당 정책이 실적 이슈를 상쇄시켰다는 분석이다.최근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에 대한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부 정책 수혜를 입을 저PBR 종목으로 금융주가 지목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국내 금융업종의 평균 PBR은 0.34배로 코스피 평균 PBR 0.91배보다 낮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반도체 등 다른 업종에 비해 높아 주주환원율을 높일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나홀로 약세를 보여왔던 코스피 시장이 반등하는 과정에서 기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며 주식가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년간 연말 배당기준일에 앞서 기관의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입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 달가량을 앞둔 현 시점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4~2022년 코스피200 고배당지수 기관 수급 추이를 보면 연말 배당기준일 약 45거래일 전부터 기관 누적 순매수세가 확대됐다"며 "4월 초가 결산 배당기준일이라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고배당지수 및 종목을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주요 금융지주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5일 장중 5만7100원까지 상승하며 2005년 12월 코스피 상장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6일 장중 최고가를 경신했고, KB금융도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증시 부양책 언급 이후 저PBR 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저밸류 주식의 일률적인 상승 이후에는 ROE 제고의 가능 여부를 놓고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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