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 당국 수장이 전격 교체됐다.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조짐 등 경기 둔화 우려로 중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자, 당국이 수장 교체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다만 장기적인 주가 안정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우칭 전 상하이시 당 부서기(吳清·59)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10대 주석으로 임명됐다.
1965년생 안후이성 출신인 우칭은 중국 상하이재경대에서 재정학을 전공했으며 인민대 재정학석사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영학석사(MBA), 인민대 경제학박사를 취득했다. 1989년 증감회 입사, 2010년 상하이시로 자리를 옮겨 당 위원회 서기 등을 지내다가 2016년 다시 증권계로 복귀해 상하이증권거래소를 이끈 바 있다.
줄곧 증권계에 몸담아 온 증권시장 전문가인 셈이다. 이는 역대 증감회 주석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1~9대까지 역대 증감회 주석은 전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비롯한 대형국유은행 출신이다. 펑파이는 "우칭은 증권시장을 감독한 경험이 있는 최초의 증감회 주석"이라며 "은행 간부 출신이 증감회 주석을 맡는 전통을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제일재경 역시 "1978~2007년 중국 증권시장의 역사를 담은 저서 '중국증권사'를 공동 발간하기도 한 '전문가형 관료'"라고 우칭을 소개했다.
우칭은 2005년 증감회 위험처리실 주임으로 승진한 후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칭은 고객예탁금을 불법적으로 운용한 증권사 31곳을 잡아들였고, 증권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중개업자(브로커)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후 2009년 증감회 펀드부로 자리를 옮긴 우칭은 펀드매니저 등 관련 종사자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관행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투자자들의 신임을 얻었다.
상하이시에 있을 때도 우칭은 증권시장 발전을 위해 힘썼다. 상하이 훙커우구에 있는 금융 기업은 우칭 부임 2년 만에 300% 이상 늘었고, 중국 내 최초 헤지펀드단지와 벤처투자센터 등 전문 금융기관도 잇따라 설립됐다.
올해 들어 주요 지수가 5년래 최저점까지 고꾸라지는 등 중국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증감회는 주식 대여 제한 등을 통해 악의적인 공매도 단속에 나서며 주가 부양을 위해 힘쓰고 있다. 여기에 수장으로 규제 전문가인 우칭까지 앉히면서 투자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 내에서는 우칭 취임 이후 시장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인사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만큼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일반적으로 인사 교체는 사전에 미리 공유되는데 (이번에는) 보도 전에 공산당 내부에서 인사 교체에 대한 발표가 없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장 교체는 단기적으로 주가 안정의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중국 증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부양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순젠보 차이나비전캐피탈 설립자는 "우 주석의 금융 규제 경력은 당국이 공매도와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달래줄 수 있지만 정책적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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