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관공서, 대규모 산업단지 등의 시설 인근에 자리한 아파트가 ‘직주근접’ 수요를 등에 업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얼어 붙은 분위기로 주택시장이 실거주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자, 출퇴근이 편리한 단지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직주근접’은 최근 분양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주거지에서 직장까지의 거리가 짧으면 짧을수록 시간 활용에 대한 효용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불황에도 하락세가 적고 추후 호황기에 상승세가 기대되는 단지로 여겨지면서 꾸준한 관심이 계속되는 추세다.
실제로 통근시간이 짧을수록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데다가 삶의 질이 나눠지면서 행복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연구원의 ‘통근시간이 주관적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효과 및 통근시간 가치 분석’(전혜란, 2020)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가구 유형에서 통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삶의 만족도는 하락한다. 경기도민 2만여명을 조사해 발표한 논문인 ‘행복과 통근역설’(진은애ㆍ진장익, 2017)에서도 역시 통근시간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도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지난해 분양한 단지 중 직주근접성이 우수한 단지들은 우수한 분양 성적을 거뒀다. 일례로 지난 11월 경기도 파주시 동패동에서 분양한 '운정3 제일풍경채(A46BL)'가 있다.
운정3 제일풍경채(A46BL)는 인근에 파주출판단지, 문발산업단지, 파주LCD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많아 큰 관심을 받았다. 이 결과 4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5609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1순위 평균 371.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했던 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었다.
지방 시장도 분위기는 같았다. 같은 해 11월 분양한 충북 청주시에서 분양한 '청주 가경 아이파크 6단지'도 인근에 3만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청주일반산업단지와 반도체 생산 공장(M15X 팹),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등의 개발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수요자들이 몰렸다. 단지는 1순위 평균 98.61대 1의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직주근접 단지는 지역 내에서도 높은 시세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지역 원도심에 위치해 주요 관공서, 상가, 화사나 사무실 등을 도보로 출퇴근할 수 있는 단지들의 시세는 높은 수준이다. 서울 대표 원도심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덕수궁 롯데캐슬'이 대표적이다.
해당 단지는 서울시청을 비롯해 강북삼성병원, 경찰청 등을 도보로 출퇴근할 수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단지의 전용 82㎡ 타입은 3.3㎡(평)당 4856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단지가 위치한 서울 중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3576만원) 대비 1200만원 이상 높은 금액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현상에 업계는 3040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떠오르면서 직주근접 아파트의 인기를 높였다고 분석한다. 실제 국토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30~39세의 40.8%가, 40~49세의 33.6%가 직주근접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직주근접 단지는 말 그대로 직장과 주거입지가 가까운 만큼 워라밸이 가능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해 만족도가 높고, 그만큼 수요가 풍부해지는 만큼 시세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해당 단지의 인기는 꾸준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