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정치권이 앞다퉈 고령층 표심 구애에 나서고 있다. 공약 개발 과정부터 상대 당 공약에 '맞불'을 놓는 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다만 거대 양당의 공약 어디에도 체계적인 재원 마련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국민의힘은 12일 노인층의 일자리와 주거 등 노후 보장 대책을 주제로 한 '어르신 든든 내일' 2호 공약을 발표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실버타운' 특별법을 제정해 서민·중산층 노인에 대한 주거 공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당은 '고령자 복지주택'을 2만호로 확대하고, 고령층 맞춤형 일자리인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비중도 올해 15%에서, 2027년에는 30%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어르신들에 대한 건강 지원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줄이고, 서민과 중산층도 언제든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환경이 더 개선되도록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약"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 지원에 그친 게 아니라 정책들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6일에도 간병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비롯해, 경로당의 점심 제공을 주 7일로 늘리고 가사 서비스가 가능한 실버타운을 확대하는 등 고령층 맞춤 공약을 선보인 바 있다. '간병비 급여화'도 오는 2027년까지 제도화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실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11월 총선 1호 공약으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공약을 꺼내들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을 찾아 "요양병원부터 간병비를 급여화 해 건강 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경로당 주 5일 점심 제공을 당의 3호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양당의 이러한 전력투구는 선거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른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0대 이상 유권자 수는 1395만여 명으로 이는 4월 총선 전체 유권자의 31%에 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내놓는 실버 공약들의 현실성이 여전히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인 재원 계획과 보다 중장기적인 공약을 유권자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간병비 급여화 등 상세 재원안이 결여된 공약은 실현되더라도,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의료비 부담이 굉장히 늘고 있다"며 "상세한 재원 검토 없이는 정치권의 총선 공약이 지속 불가능한 보여주기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각 당의 공약이 정책적 측면에서 체계적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예를 들어 보건소의 노인 건강증진 사업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단순히 간병비 보조를 늘리는 것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인 일자리 공약에 대해서도 "고령층 일자리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산재 사건 중 국내 60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면서 "보다 안전한 일자리 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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