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인에게 환수하지 못한 '채권잔액'이 지난해 기준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에 따른 HUG 채권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4조250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6638억원이던 잔액이 2022년 말 1조3700억원으로 늘어나더니 불과 2년 새 약 7배가 증가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에게 HUG가 자체 자금으로 먼저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집주인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하는 제도다. 즉 HUG가 앞으로 회수해야 할 돈이 4조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채권잔액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94.3%가 몰려 있다. 서울이 1조5147억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가 1조3128억원, 인천은 1조1843억원 규모다.
특히 서울에서는 전세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한 강서구 채권잔액이 5237억원으로 34.6%를 차지했다. 이어 양천구(1594억원), 구로구(1555억원), 금천구(1389억원) 등의 순이었다. 경기에서는 부천시(4675억원)에 전세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는 부평구(3319억원), 미추홀구(2894억원), 서구(2322억원), 남동구(2021억원)의 채권잔액이 컸다.
채권잔액이 증가한 큰 이유는 HUG의 대위변제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HUG의 전세자금보증보험 대위변제액 규모가 2021년도 말 기준 5041억원에서 2023년도 말 기준 3조5544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채권잔액에 비해 회수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58%였던 HUG의 연간회수율(당해연도 회수금/대위변제액)은 2020년 50%, 2021년 42%, 2022년 24%로 계속 감소했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는 15%까지 떨어졌다. 회수하지 못하는 돈은 HUG가 손실로 떠안게 된다.
맹성규 의원은 "대위변제 증가와 더불어 경매 지연 등을 이유로 HUG가 받아야 할 채권잔액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며 "악성임대인 등에 대한 처벌 및 구상권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HUG의 재정건전성 강화와 더불어 전세자금보증보험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