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층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가디언,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10일 인도네시아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종료된 가운데 3명의 대선 후보는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K팝, 틱톡, 고양이 동영상 등 온갖 수단을 총동원했다.
17세부터 투표가 가능한 인도네시아는 약 2억 500만 명의 유권자 중 52%, 약 1억 600만 명이 40세 이하이고 3분의 1이 30세 이하일 정도로 젊은 층 비율이 높다. 따라서 젊은 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날 가능성이 크다.
후보들은 젊은 층 유권자들에 어필하기 위해 K팝부터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SNS), 비디오 게임 및 고양이 동영상까지 동원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K팝은 좋은 유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2억 75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제4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단일 국가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K팝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 영향력도 상당하다.
50%가량의 지지율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의 게린드라당(대인도네시아운동당)은 유명 K팝 그룹 블랙핑크의 콘서트 무료 티켓을 상품으로 내걸고 추첨 행사를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에게 수비안토 후보의 입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이를 인스타그램이나 X 등 SNS에서 올릴 것을 요청했다.
또한 자카르타 주지사를 지낸 기호 1번 아니스 바스웨단 후보는 유세장은 K팝 콘서트장의 분위기로 꾸미고, K팝 스타 굿즈를 본딴 유세 도구를 활용하는 등 유세에 K팝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에 바스웨단 후보의 지지자들은 그에게 '박안니스'라는 한국어 별명까지 붙였다.
여당인 인도네시아 투쟁민주당의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는 작년 여름에 SNS상에서 어떤 K팝 스타를 인도네시아로 초대해야 할 지를 묻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디지털 인류학자 칼리나 옥타비아니는 정치인들이 유세에 K팝을 이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며,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커뮤니티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외 대선 후보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틱톡을 활용한 온라인 유세에도 열을 올렸다. CNN에 따르면 프라보워 후보의 틱톡 팔로워 수는 작년 10월 630만 명이던 것이 올해 2월에는 950만 명으로 늘었고, 간자르 후보와 아니스 후보 역시 600만 명 수준이던 틱톡 팔로워 수가 700만 명 수준으로 올라섰다.
인도네시아 사회 문제 씽크탱크인 반둥 페 연구소의 호키 시퉁키르 연구원은 "2024년에는 틱톡을 지배하는 자가 모든 사회적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며 "그것이 사업이든 정치적 경쟁이든 혹은 선거든 간에 그렇다"라고 분석했다.
경제 문제가 젊은 층 주요 관심사
물론 K팝, 틱톡 등을 동원한 색다른 선거 유세 방식이 눈길을 끌었지만 결국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 공약이다.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젊은 층 유권자들은 주로 고용과 사회 복지 및 삶의 질과 같은 경제적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인도네시아의 실업률은 2022년 기준 3.5%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추산한 세계 평균보다 낮지만, 15~24세 청년 실업률은 14%로 높은 수준이어서 고용 문제가 청년층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인도네시아 선거를 전공한 박사 후보생 요에스 케나와스는 "인도네시아의 젊은 층에 있어 가장 중요한 2가지 이슈는 구직과 교육"이라며, 현재 인도네시아 고용 시장은 제한적이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에 3명의 후보 모두 앞다투어 경제 성장 및 고용 창출 공약을 제시했다. 세 후보가 제시한 고용 창출 규모는 1500~1900만 명까지 제각각이다. 따라서 젊은 층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를 확실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층 유권자들을 위한 인도네시아 정치 정보 사이트 '비자크 메밀리(Bijak Memilih, 현명하게 선택하라)'의 창립자 아비가일 리무리아는 청년들은 대통령에게 '좋은 성품'뿐 아니라 '경쟁력'도 요구하고 있다며, "양호한 공공 교통과 기후 문제에 대한 진지한 대처 및 제도적인 불공정 문제 해결 등을 바라는 요구가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