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조코위)의 남자가 차기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될 것인가. 내일(14일) 치러지는 인도네시아 대선은 사실상 조코위 정책에 대한 심판대라고 볼 수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지한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후보가 당선된다면 사실상 '조코위 집권 3기'가 될 전망이다. 반면, 아니스 바스웨단(54)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승리한다면 조코위 정책-특히 수도 이전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인도네시아 대선에 조코위 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수도 이전, 자원 무기화 등 주요 경제 정책의 운명이 달려 있다.
외신들은 프라보워 후보나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의 경우 조코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거의 답습하겠지만, 바스웨단 후보는 국정 어젠다를 재검토할 것으로 봤다.
조코위 행정부는 수도를 현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동(東)칼리만탄으로 이전하고 있다. 새 수도 명칭은 누산타라로, 수도 이전에 총 466조 루피아(약 4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누산타라의 새 대통령궁에서 올해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 기념일 행사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오는 10월 전에 수도 이전을 무조건 끝내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바스웨단 후보가 당선된다면, 수도 이전 계획은 원점 재검토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국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신수도 인프라 협력에 속도를 내기로 한 바 있다. 일부 한국 건설사도 신수도 건설에 참여하기로 밝혀, 이번 대선은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원 무기화는 누가 당선되든 계속될 전망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자원민족주의를 앞세워 경제 부흥을 도모했다. 전기차에 필수인 니켈을 비롯해 코발트, 보크사이트 등 주요 금속 수출에 빗장을 걸고,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특히 금속 채굴과 가공이 인도네시아 본토에서 한 번에 이뤄지는 공급망 구축에 주력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재료를 기반으로 배터리 산업을 육성해 경제 성장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프라보워 후보는 ‘니켈 공급 과잉 방지를 위한 신규 니켈 제련소 허가 제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원 무기화에 한층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바스웨단 후보 역시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인센티브 부과’ 등을 공약으로 삼았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자원 무기화를 고수한다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과의 제한적 FTA 체결을 준비 중이다. AP통신은 “미국은 인도네시아가 자원 수출 제한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제학자들은 인도네시아가 제조 허브로 도약하려면 개방적인 무역 및 투자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FTA 강화’를 공약으로 건 바스웨단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미국의 입장에 가까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타며 두 강대국과의 동맹을 거부했다. 이를 통해 중국의 지원을 받아 73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도,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비동맹 외교정책’을 앞세운 프라보워 후보는 중립 외교 노선을 계속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바스웨단 후보의 외교 정책은 아직 불투명하다. 바스웨단 후보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우리의 기본 가치에 어긋난다”며 “친구라고 해도 권리를 침해한다면 질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발언에 비춰, 바스웨단 후보의 외교 정책이 미국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네시아의 인플레이션도 주요 문제다. 인도네시아는 물가 상승으로 팜유 가격이 오르자, 지난 2022년에 팜유 수출 금지령을 내려 전 세계에 식용유 대란을 촉발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팜유 부문 단속을 위한 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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