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지난 10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엔비디아가 장세를 견인하며 지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끌어올린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0% 올랐다. 지난달 첫 거래일 종가 기준 481.68달러에서 이달 12일(현지시간) 722.48달러로 상승했다. AI 분야가 집중 조명을 받기 직전인 2022년 10월경 3000억 달러에도 못 미쳤던 엔비디아 시총이 1조7800억 달러로 6배 가까이 불어났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날 장중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3% 가까이 올라 주당 740달러, 시가총액 1조8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시적으로 시총 1조8000억 달러인 아마존과 1조8200억 달러인 알파벳(구글)을 넘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사우디아람코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비싼 상장사가 됐다.
엔비디아는 AI를 구동하는 반도체 칩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이다. MS와 그 투자를 받은 오픈AI를 비롯해 메타와 구글, 아마존과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기술에 일부 또는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과 AMD도 AI 반도체를 만들고 있지만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아서긴 어려워 보인다. '매그니피센트7(M7)'로 불린 빅테크 7사가 주도하던 연초 증시 랠리를 이제 엔비디아와 그 AI 반도체를 AI 기술 개발에 집중 활용하고 있는 MS·메타 등 3사가 이끌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7 중 상대적으로 주가와 경영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를 제외한 소위 '엠엔엠(MnM)' 주도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7일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3거래일 만에 두 배로 뛴 영국 반도체 설계 자산(IP) 업체 ARM도 시장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MnM을 새로운 주도주로 제시한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증시 훈풍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이후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며 "온 디바이스 AI를 시작으로 AI 사업이 확대되고 AI 시대 첫 준비물은 시스템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확산하면 다양한 반도체 IP와 설계 전문성을 갖춘 기업의 성장 잠재력도 높아진다. 한국 반도체 관련주들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산업별 AI 도입 분야에서 엔비디아, ARM과 함께 훈풍을 탈 수 있다. 국내 반도체 IP 업체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칩스앤미디어와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 업체인 제주반도체, 텔레칩스 등의 성장이 기대된다. 팹리스 업체의 도면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의 공정에 적합하게 만들어 주는 디자인하우스 업체인 가온칩스, 에이디테크놀로지, 에이직랜드에도 사업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2024년 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섹터는 테크"라며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높고 최근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수익률을 높일)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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