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돈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결과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주가지수는 하락하고 국채금리는 급등했지만 비트코인은 CPI 쇼크를 거뜬히 이겨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ETF(상장지수펀드)에 자금이 유입돼 수요가 받쳐주는 데다가 4월 반감기가 도래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14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21% 오른 6745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비트코인은 26개월 만에 6700만원선을 돌파했다가 오후 10시 30분 CPI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자 2% 이상 하락하면서 6600만원선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나 단 8시간 만에 하락분을 전부 회복했다. 이달 들어서만 20% 반등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ETF를 통한 비트코인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ETF는 선물ETF와 달리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기 때문에 ETF 운용사들은 상품 유입에 맞춰 비트코인을 매입해야 한다. 비트코인ETF의 유입이 증가하면 비트코인 매수세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상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ETF거래가 시작된 지난달 11일 이후 비트코인ETF에 순유입된 자금은 28억 달러(약 3조7391억원)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1억 달러(약 1조4689억원)가 지난주에 들어왔다. 코인셰어즈 리서치 책임자인 제임스 버터필은 "지난 9일에만 비트코인 현물ETF가 1만2000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이며 하루 평균 약 900개인 신규 비트코인 생성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4월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 호재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발행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으로, 4년 주기로 돌아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차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부터 다음 반감기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92배, 2차 반감기엔 30배, 3차 반감기엔 8배 올랐다. 비트코인이 최고점인 6만9000달러(약 1억원)를 넘어 올해 말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의 최고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트코인 시장은 ETF의 주도 하에 'FOMO(매수 기회를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 랠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렉트캐피털은 "비트코인이 반감기 전 하락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9만 달러(약 1억2000만원)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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