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지만 미국이 유럽연합(EU)보다 더 어려운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통합 과정에서 겪을 직원 처우 변화로 인한 반발과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 마일리지 축소, 독과점 우려 등 남은 과제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는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EU의 조건부 승인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미국 경쟁당국 승인만 남겨 놓게 됐다.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추진 소식이 전해진 지 3년 3개월 만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부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 '필수 신고국' 승인 절차를 진행해왔다. 튀르키예(2021년 2월)를 시작으로 대만·태국·필리핀(2021년 5월), 말레이시아(2021년 9월), 베트남(2021년 11월), 한국·싱가포르(2022년 2월), 호주(2022년 9월), 중국(2022년 12월), 영국(2023년 3월), 일본(2024년 1월), EU(2024년 2월) 등 13개국이 두 항공사에 대해 결합을 승인했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마쳤다.
EU의 조건부 승인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미국 경쟁당국 승인만 남겨 놓게 됐다. 그러나 미국이 애초부터 경쟁 제한에 엄격한 데다 선거와 맞물려 자국 우선주의 기류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어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사 주체인 미국 법무부가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고, 법원에서는 현지 LCC 간 인수합병을 저지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협력 관계인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통합에 부정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기업결합 과정에서 양사의 인력 이동 문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이동 대상 직원이 약 8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고용 불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사가 포함된 국내 최대 조종사 단체인 한국민간조종사협회도 지난해 이와 관련해 "타의에 의해 소속 회사가 변경될 가능성에 매우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 관점에선 마일리지 축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더라도 대한항공은 향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독립회사로 운영해 마일리지 운용 방식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통합 절차 기간 2년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소진을 최대한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소진하지 못한 고객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추후 협의를 거쳐 전환율을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2021년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역시 마일리지 통합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비교한 합리적 전환율을 결정할 계획이며, 양사 우수고객 통합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합리적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두 항공사 합병 시 대한항공의 '메가 항공사'로서 높아진 위상과 함께 국제선 독점 현상으로 인해 항공 요금이 더 오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이 유일 국적항공사로서 일부 장거리 국제노선을 독점 운항하게 되면 항공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2월 일본 항공사 JAL이 파산할 당시 이나모리 회장은 전일본공수(ANA)가 항공시장 독점 우려에 무보수로 일본항공 회장으로 취임해 2년 8개월 만에 일본항공 경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놨던 사례가 있다"며 "우리도 이러한 사례를 교훈 삼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