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공매도 전설'이 된 마이클 버리가 중국 전자상거래업계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알리바바와 징둥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두 기업 모두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버리가 다시 시장에 역행하는 투자에 나선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에셋 매니지먼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유주식현황보고서(13F)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알리바바와 징둥 주식을 각각 2만 5000주, 7만5000주 추가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식과 합산하면 사이언에셋은 알리바바 주식을 총 7만5000주(581만 달러)를 보유하게 됐다. 사이언에셋 투자 포트폴리오의 6.15%를 차지하는 최대 보유 종목(공개된 기업 기준)이다. 징둥은 6.11%를 차지해 두 번째다.
주목되는 점은 지난 10여년간 중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던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최근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는 것이다. 사이언에셋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 직전인 3분기 두 기업의 실적은 모두 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 특수인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성적표도 좋지 않았다.
더욱이 알리바바는 지난해 3월 그룹을 6개 부문으로 분사하는 계획을 내놨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따른 사업환경 변화로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각종 악재에 4분기 알리바바 주가의 누적 하락폭은 9.6%에 달했다. 그나마 징둥은 1% 미만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버리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전망을 낙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지난해 4분기에 알리바바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총 360만주(2억7900만 달러)를 보유하게 됐다. 징둥 주식도 133만주 추가 매입했다.
시장 전망을 낙관할 수 있는 소재도 없진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는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자 '빅테크 때리기'를 멈추고 기업들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또한 당국 금융 규제를 비판하는 발언으로 그룹이 피해를 입자 지난 3년간 침묵을 지켜왔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최근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내면서 알리바바가 본격적인 위기 돌파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마윈은 그룹 인트라넷에 직접 등판해 "저는 알리바바가 변할 것이라고, 바뀔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서적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다. 당시 금융위기를 유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하고 공매도에 나서 8억 달러 이상의 큰 이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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