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만 해도 호황기를 맞아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정유 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성과급 줄이기와 판관비(판매비·관리비) 조절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정유 업계는 2년 전만 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1년 만에 실적이 악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약세로 정유 업계의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났다.
GS칼텍스는 제일 먼저 성과급 줄이기에 나섰다. GS칼텍스는 지난달 전 직원에게 연봉의 4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2022년 대비 연봉 기준 10%포인트(p), 기본급 기준 200%p 줄어든 규모다.
지난 설 연휴 이후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오일뱅크도 예년보다 줄어든 2023년도 성과급 지급안을 내놓았다.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CLX) 근무자 기준 초과이익분배금(PS)은 기본급의 최대 612%로 전년에 비해 188%p 감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본급의 664%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예년보다 336%p 줄어든 규모다.
성과급 감소의 원인은 실적 악화가 주된 이유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 48조6075억원, 영업이익 1조68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58%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51.4% 줄어든 1조9039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 6167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77.9% 쪼그라들었다.
에쓰오일(S-OIL)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41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8.3% 급감해 예년보다 낮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들은 친환경 분야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과제가 산적한 만큼 성과급 줄이기와 함께 판관비 축소와 부채비율 관리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분야에 6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실제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16.7%로 정유4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회사는 신사업 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정유 업계의 실적 개선은 불투명하다. 핵심 교역 항로인 홍해와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작전이 펼쳐져 수송 비용이 종전 대비 크게 상승해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거라는 예상도 정유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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