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수지가 20년 넘도록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관광객 수요와 더불어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 개선 기대감이 커졌지만 해외를 찾는 국내 관광객이 급증한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소비 회복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2023년 연간 국내 여행수지 규모는 125억2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포함한 최근 5년 래(△2019년 -118억7200만달러 △2020년 -58억158만달러 △2021년 -70억달러 △2022년 -83억달러)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여행수지 적자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연간 여행수지 규모는 지난 2000년(-2억9700만달러) 적자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단체관광객이 급감한 지난 2017년에는 국내 여행수지 적자가 -183억2300만달러로 역대 최대에 달했다. 월별로 보더라도 최근 10년 중 2014년 11월 한 달을 제외한 대부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통계청 관광수지 추이를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 관광수지 규모는 △2019년 -85억1500만달러 △2020년 -31억7500만달러 △2021년 -43억2800만달러 △2022년 -52억9700만달러로 코로나 이후 다시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관광수지는 해외 관광객이 한국에서 지출한 금액과 우리나라 여행객이 해외에서 지출한 금액 차를 나타낸 통계로, 유학수지를 포함한 한은 여행수지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
국내 여행수지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요인은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지출한 비용보다 해외를 방문한 한국 국민들이 사용한 금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설 연휴 하루 평균 인천공항을 이용한 국내 출국자 수는 2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9년 대비 97%로 사실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BC카드가 외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외국인 방문객과 결제금액은 코로나 전(2019년)보다 40% 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국내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더 확대될 여지가 높다. 그간 해외여행 '큰 손'으로 불렸던 중국 관광객들의 회복세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원·엔 환율이 작년 8월에 이어 최근들어 다시 800원대로 하락하면서 여행수지 추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이 발표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90억 달러로, 이 중 서비스수지는 연 219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상수지 동향이나 고질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나 환율,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현상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며 "경상수지 개선을 상품수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수지 흑자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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