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를 가득 메운 갤러리가 호쾌한 스윙을 날린 아마추어를 향해 손뼉을 쳤다. 아마추어는 페어웨이를 따라 걸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 아마추어가 투어 최다승 동률(82승)과 메이저 15승을 기록한 전설이 되리라고는.
아마추어의 이름은 타이거 우즈. 우즈는 1996년 "Hello, World"라는 말과 함께 밀워키 오픈에서 데뷔했다. 첫 라운드부터 나이키를 입었다.
나이키와 우즈는 의리가 있었다. 우즈의 부상과 성 추문에도 계약을 이었다. 우즈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수술 부위를 몸에 표시하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견고해 보이던 의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우즈의 다리가 불편해지면서다. 골프화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종종 타사 제품을 신고 나왔다.
의리가 깨진 것은 2021년 차 전복 사고에서 비롯됐다. 내리막길을 달리던 차가 뒤집어졌고 우즈의 다리뼈는 산산조각났다. 우즈는 긴 수술 끝에 퇴원했다. 그런 우즈를 위해 선수들은 붉은색 티셔츠를 입었다. 우즈가 최종 4라운드에 즐겨 입는 티셔츠였다.
우즈가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이유는 태국 출신인 자신의 어머니(컬티다 우즈) 때문이다. 태국에서는 붉은색이 힘을 뜻한다.
우즈와 나이키는 지난달 27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즈는 마침표를 찍기 전부터 테일러메이드와 의류 브랜드 론칭을 준비했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브랜드명은 '선 데이 레드'다. 붉은색 티셔츠와 낮 동안 태양 아래에서 열정적인 골프라는 의미를 담았다. 로고는 호랑이다. 15개의 줄무늬는 메이저 15승을 뜻했다.
공개는 지난 13일이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주를 택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자신의 재단이 여는 대회다. 대회장은 리비에라다. 1992년 처음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곳이자, 단 한 번도 정복하지 못한 코스다.
우즈는 1라운드 검은색 옷을 입었다. 골프화도 눈에 띄었다. 그는 "16번 홀부터 허리가 아팠다"는 말을 남겼다.
2라운드는 1992년 첫 라운드를 떠올리게 했다. 아마추어 시절 입었던 옷을 자신의 브랜드에 녹였다. 우즈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스코어 카드에 적었던 7번 홀, 우즈는 경기위원을 불러 기권을 선언했다. 카트를 타고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클럽하우스 앞에는 앰뷸런스가 대기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순간이다. 우즈는 앰뷸런스를 타지 않았다. 자신의 차를 타고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나중에 밝혀진 우즈의 기권 사유는 독감.
우즈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대회 우승은 마쓰야마 히데키가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마쓰야마는 최종 4라운드에 노란색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결국 '선 데이 옐로'로 끝난 제네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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