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수도권 아파트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줄어들었고, 거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작년보다 낮아진 데다 신생아특례대출 등의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시장 활황기와 비교하면 저조한 편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거래 절벽을 벗어나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12일 기준) 수도권 주간 아파트가격은 0.04% 하락하며 전주(-0.06%)보다 낙폭이 축소됐다. 서울(-0.05%→-0.03%)과 인천(-0.05%→-0.02%), 경기(-0.08%→-0.05%) 모두 하락폭이 줄었다.
거래량도 회복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계약건수(18일까지 신고 기준)는 205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2월 1827건 대비 12.8% 증가한 수치다. 1월 주택 거래 신고기간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신고 거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2300건대로 하락한 뒤 11월(1843건)과 12월(1827건) 연속으로 2000건을 하회했다. 이에 2022년 하반기와 지난해 상반기 이어진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거래량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이에 올해 1월 거래량이 2300건대까지 증가해 작년 10월 거래량과 비슷한 수준을 달성하면 거래량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의 최근 거래량 회복세는 송파구와 양천구, 강동구 등의 대단지가 이끌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이날까지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임대 제외)는 잠실동 잠실엘스(13건)·리센츠(15건), 가락동 헬리오시티(14건),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1,2,3단지(12건) 등이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11건),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14건), 신월시영(10건) 등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경기도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경기 아파트 계약건수는 6827건으로 전월 5718건 대비 19% 늘었다. 인천 역시 지난달 매매 신고건수가 1697건으로 12월 1450건 보다 17.3% 증가했다.
올해 거래량이 증가한 건 대출금리 인하가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다. 작년 연 6%대까지 상승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올해 들어 연 3~4%대로 낮아졌다. 또 신축 아파트 건축비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구축 아파트의 경쟁력이 높아진 점, 신생아 특례대출 등도 아파트 거래량 증가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 등으로 다시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잠재 수요가 정책 대출 등의 영향으로 더 확대된다면 시장 활성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 증가세가 집값 상승세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시세 상승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거래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급매물에만 수요자들이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정책 대출 등이 중지되면 시장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금리와 부동산 정책에 따라 집값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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