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제3지대 통합'을 기치로 뭉친 개혁신당이 19일 합당 열흘 만에 다시 분열될 위기에 직면했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준석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 측의 주도권 갈등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결별 수순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개혁신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거캠페인과 선거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하기로 의결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 캠페인과 선거 정책 결정권을 신속성과 혁신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고위 권한을 위임해 이 대표가 당 공동 정책위의장과 협의해 시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합의가 아닌 협의'로 이 대표에게 사실상 전권이 위임된 것이다. 이외에도 최고위는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 설치, 중앙당 내 4대 위기전략 센터 신설, 정무직 당직자 인선 등을 마쳤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인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높은 목소리로 항의하며 회의장을 빠져나왔고 표결에도 불참했다. 합당 당시 작성한 합의문에 따라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공동대표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공동대표 측은 합당 전 명칭인 새로운미래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고 "오늘 개혁신당 최고위원회는 '이준석 사당'을 공식적으로 의결했다"며 "선거의 전부인 선거 캠페인 및 정책결정에 대한 전권을 이준석 개인에게 위임해 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명의 사용은 상황에 따라 '결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준석 공동대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지율 정체와 초기 혼란에 빠진 당을 더 강하게 이끌기 위해 제가 더 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뒤에 서 있을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은 5개의 세력이 모여서 활동하고 있는 연합정당"이라며 "새로운 미래 측을 제외한 개혁신당, 원칙과상식, 새로운선택, 한국의희망 등 나머지 정파 모두 이번 의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와 결별 가능성에 대해선 "정체된 개혁 정책 발표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 누구를 배제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라며 "새로운미래 출신 정무직 당직자에 대한 임명 안건도 바로 의결됐다"고 부인했다.
개혁신당의 내홍 양상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돈 때문에 못 헤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위장결혼'에 비유해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결국 돈 때문이었나. 지난 15일 기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보조금 6억6000만원이 개혁신당에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걸 위해서 (올해 1분기 정당 경상보조금 지급일 하루 전인) 14일 민주당조차 내쫓았던 양정숙 무소속 의원을 영입했다"며 "당초 생각이 전혀 같지 않았던 사람이 위장결혼하듯 창당한 다음에 그런 식으로 의원 숫자 5명을 하루 전에 맞춰서 돈을 받아 갔다"고 꼬집었다.
앞서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등은 지난 9일 합당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후보자 등록이 끝나는 다음 달 22일까지 5명 이상 현직 의원 수를 유지해야 총선 선거보조금 20억원·경상보조금 5억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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