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조짐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정부는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이같이 당부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그간 12차례에 걸쳐 진행한 민생토론회 현안들에 대해 "내각에서 신속히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집단행동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국무회의에서도 관련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사 카르텔'에 결코 굴복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총리는 전날 의사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며 의료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고, 이날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불과 10년 뒤인 2035년 최소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돼 당장 '2000명 증원'도 적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은 수도권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사직서를 무더기로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일부는 이미 현장을 떠나 의료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들은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 각 병원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현장을 지켜달라"고 당부하면서도, 이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이 시간부로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진료 업무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 등 조치를 하고 고발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진료유지 명령은 집단행동을 하기 직전이나 예고됐을 때 나가지 말라는 명령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위반 시에는 상응하는 처벌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은 예정된 집단사직과 휴진을 철회하고 환자를 등지지 말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의료법 64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이 정부의 각종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최대 1년간 의료업을 정지하거나 개설 허가 취소,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 또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하는 의료인은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정부의 '2000명 증원'이 4월 총선 등을 겨냥한 정략적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400명 증원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선 것이 의사단체인데 그 5배인 2000명은 무리한 목표라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시켜서 국민 관심을 끌어모은 뒤에, 누군가 나타나서 이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를 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음모설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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