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은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역구 후보 연대 협상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을 제외해달라고 당에 요청했다. 이는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에 심 의원과 국민의힘 후보, 민주당 후보의 3파전이 전망된다.
경기 고양갑은 녹색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석이다. 심 의원은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고양갑에서 내리 3선을 하며 총 4선에 성공했다. 그는 19대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야권 단일화를 통해 손범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170표 차이로 승리했다. 20대와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없이 승리를 거뒀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 심 의원이 내리 3선에 성공한 곳이기에 고양갑은 진보진영 '텃밭'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사실 15대부터 18대까지는 신한국당의 이국헌 의원, 새천년민주당의 곽치영 의원,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이 의석을 가져간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 지역이었다.
현재 심 의원의 지역구 4선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인 권순영 예비후보, 류여해 예비후보, 김성남 예비후보 등이다. 민주당에선 지역위원장인 문명순 예비후보, 김성회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른다. 세 정당의 3파전이 예상되면서 결국 후보들 간 정책대결이 표심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권 예비후보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심 의원이 야권연대를 거부한 것은 공정하게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야권 단일화는 그동안 보수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3자 구도가 형성되면 진보표심이 분산되면서 국민의힘 측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녹색정의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진 상태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4석을 확보한 만큼 이번 총선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권 예비후보는 총선 1호 공약으로 서울과의 메가시티 구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그는 "고양갑 주민들의 경우 서울 편입에 대한 열망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양시가 당면한 시청 신청사 이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묶인 개발 관련 현안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3년 건립된 고양시청사는 현재 신청사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한때 주교동 공영주차장 일원이 신청사 부지로 선정됐지만, 계획이 백지화 되면서 기부채납을 받은 일산동구 백성동의 업무 빌딩으로 청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권 예비후보는 교통현안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신분당선 삼송역 연장이 예비타당 검토에서 두번 부결됐다. 서울편입이 실현되면 이 또한 실현될 것이라고 본다"며 "고양시 외곽 지역에도 지하철 노선이 확장될 수 있도록 교통 편익 숙원사업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평론가'로 유명한 김성회 민주당 예비후보 역시 같은 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심 의원은)지역구 3선 의원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심판에 맡기겠다는 말을 존중한다. 3파전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담담하게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후보자 토론 등을 통해 고양시의 진보 개혁을 누가 더 잘 실현시킬 수 있을지 유권자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 예비후보는 특례시법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고양시는 특례시로 지정됐지만 국회가 특례시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충분한 예산과 권한을 주지 않았다"며 "전국의 특례시를 다 합치면 인구가 400만명에 달한다. 다른 특례시 의원들과 연대해서 지방자치를 구현할 수 있는 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부터 시작해서 당연히 가져와야 하는 권리들을 입법 활동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며 "시청 신청사를 원안대로 존치하고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공약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 고양갑 후보 경선은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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