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는 시즌3까지 큰 호응을 얻었다. 가이드를 따라서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이끌리는 대로 여행을 하며 현지인들의 삶에 온전히 스며드는 것이 인기 요인이 됐다.
기안84는 옷가지 몇 벌을 챙겨 작은 크로스백을 하나 메고 남미와 인도, 아프리카로 떠난다. 장장 30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쳐 남미에 가도 여행 짐은 속옷과 옷 1~2벌이 끝이다.
흔한 여행 예능과 달리 남들이 가지 않는 이색 여행지에서 사람 냄새 나는 예능 프로그램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태계일주3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 공개하자마자 예능 콘텐츠 1위를 기록했고 넷플릭스에서도 꾸준히 예능 인기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다시 떠오른 '여행 예능'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에 한 차례 인기를 끌었던 여행 예능이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폭발한 덕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여행 패턴'이나 '여행 국가'다.
2013년 tvN에서 나영석 PD가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내놨다. 당시 평균연령 77세의 배우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끌면서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 다양한 시리즈물이 탄생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제작진이 준비한 일정을 출연진들이 소화하는 여행 형태였다. 유명한 관광지와 현지 식당 체험 위주로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행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색 여행지나, 새로운 체험에 중점을 둔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태계일주 외에도 '체험'과 '리얼리티', '이색 여행지'를 강조한 여행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했다. tvN '텐트 밖은 유럽'은 호텔 대신 캠핑장과 렌터카, 현지 마트에서 '로드트립'과 '캠핑'을 주제로 자유롭게 유럽을 여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럽 여행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관광지나 맛집을 찾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10년 차 특별 휴가로 이집트 여행을 떠난 김대호 아나운서 편은 닐슨 코리아 조사 결과 가구 시청률 8.6%로 동시간대 1위, 금요일 예능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ENA와 TEO의 프로젝트 '지구마불 세계여행', MBN '전현무계획', tvN '나나투어 with 세븐틴' 등 새로운 여행 예능이 인기를 끌었다.
◆예능에 나온 이색 여행지, 실제 여행 상품으로
여행 예능 인기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은 예능에서 접한 이색 여행지에 쏠렸다. 항공권 검색량과 패키지 여행 문의도 껑충 뛰었다.
20일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태계일주 시즌3 여행지인 한국발 마다가스카르행 항공권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742% 급증했다.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행 항공권 검색량은 532% 증가했다.
실제 여행사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인도와 아프리카 등 이색 여행지의 문의가 늘고 있다. 상품 문의가 패키지 예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태계일주3 방영 이후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아프리카 여행 문의가 늘었고, 올해 1~2월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의가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잇따랐다. 특히 하나투어는 13일 동안 아프리카 6개국을 일주하는 패키지 상품을 1000만원대에 선보였는데, 총 26석의 좌석 중 벌써 20석이 채워졌다.
여행사들은 올해 마다가스카르 등 이색 패키지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패키지 제작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항공 운항 노선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아직 상품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뒤 "다만 고객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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