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장변동성 완화를 목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공매도 거래 규모는 3조6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 공매도 금지 예외조항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 효과도 미미하고 외국인 공매도만 금지했다는 점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작년 11월 6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공매도 거래 규모는 누적 3조6101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1조9680억원, 코스닥 1조6421억원 규모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도 공매도 거래가 있었던 이유는 시장조성자에게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자는 매수·매도 양방향에 호가를 제시하여 투자자의 거래 상대방이 되어주는 자기매매업자를 가리킨다. 통상 거래소와 협약을 체결한 증권사로 보면 된다. 1년에 한 번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정해 놓은 시장조성 대상 종목에 대한 유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에도 시장조성자 개입이 확대되면서 제도 남용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거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를 통한 변동성 완화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는 이번까지 총 4차례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8개월), 2011년 유럽 재정위기(3개월), 2020년 코로나19 사태(1년 2개월) 등 대내외적 투자환경 악화로 증시 하방압력이 높아졌던 기간이다.
당시 공매도 금지 기간에는 평시보다 거래대금이 대폭 증가하며 하방이 지지되다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2008년 8개월간 6조3000억원에서 7조4000억원으로 17%, 2011년 3개월간 9조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4% 증가했다. 현재까지 공매도 금지 기간이 가장 길었던 2020년에는 1년 2개월간 9조8000억원에서 27조2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작년 11월 6일부터 지난 19일까지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26조6000억원에서 21조1000억원으로 21%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인한 변동성이 완화되려면 하방압력을 지지해줄 수 있는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돼야 한다”며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변동성 완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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