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 작가, 베니스 비엔날레 '달집태우기'로 전통 새롭게 알린다

세계 곳곳서 보내온 소원을 한지에 먹으로 옮겨 쓴 뒤 달집에 매달아

부찌 큐레이터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이어, 참여와 연결"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에서 ‘달집태우기’ 공식 포스터 [사진=조현화랑]

 

‘숯의 작가’ 오는 4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에서 ‘달집태우기’를 통해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연결한다. 한국의 전통이 새로운 방식으로 전 세계에 소개된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이배 작가는 4월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연계 전시로 오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네치아 빌모트 파운데이션에서 ‘달집태우기’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연다.
 
이배 작가는 20일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숯 작업을 하게 된 것이 어렸을 때부터 봐온 달집태우기에서 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나의 근원과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행사를 연결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도 출신인 작가는 오는 24일 경북 청도에서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소원을 한지에 먹으로 옮겨 쓴 뒤 달집에 매달아 불을 붙일 예정이다. 달집에 불이 붙는 순간부터 활활 타오르다 다음날 숯만 남는 모든 과정이 베네치아 전시장 입구에서 ‘버닝’이라는 이름의 영상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7대의 빔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빌모트 파운데이션 입구에서 주 전시공간으로 이어지는 복도 벽면에 투영되는 ‘버닝’은 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관객에게 이배의 작품세계와 한국의 전통 달집태우기를 소리와 영상으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인 발렌티나 부찌는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전통을 이어받아 참여-몰입형 전시로 기획돼 미술을 ‘지금, 여기’의 수행으로 정의한다”라며 “지역적인 것(local)과 세계적인 것(global)을 잇는 참여와 연결로 해석하며 전통을 통해 현시대 얽힌 인간사를 재조명한다”고 짚었다.

청도에서 열리는 달집태우기 행사 때 사용할 달집 [사진=조현화랑]

 
공간 입구에는 대형 평면작 ‘불로부터(Issu du Feu)’(2024)가 전시될 예정이다. 절단된 숯이 타일처럼 배열되고 마감되어 영롱한 심연의 빛을 띄는 이 작품은 발을 들여놓는 관객에게 이곳이 구별된 공간임을 알린다.
 
전시 공간을 입장한 관객은 바닥과 벽면에 굽이치는 ‘붓질 (Brushstroke)’(2024) 설치작 3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탈리아 파브리아노(Fabriano)의 친환경 제지를 전통 ‘배첩(marouflage)’ 기법으로 공간의 바닥과 벽에 도배하고 청도의 달집이 남긴 숯을 도료 삼아 그린 ‘붓질’은 여백을 전한다.
 
공간 안쪽에는 짐바브웨의 검은 화강암을 깎아 세운 ‘먹(Inkstick)’(2024)이 전시된다. 거대 기념비를 닮아 높이 4.6ｍ에 달하는 ‘먹’은 한국 전통 서예문화 문방사우의 그 ‘먹’이 되어 한지 위의 획과 농담이 받아낸 명상과 성찰, 비움과 채움의 공간을 구성한다.
 
조현 화랑은 “이번 전시는 한국의 전통에 담긴 철학과 지혜뿐만 아니라 ‘전통’이라는 문화 보편소가 동시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역할과 가능성을 가졌는지 묻는다”라며 “ 자연과 문화가 얽혀 온전한 하나가 되는 것. 경북 청도의 밤하늘을 밝혔던 청솔가지가 글로벌 참여를 조명하며 하나 됨의 희망을 꿈꾼다”고 소개했다.

 

작업 중인 이배 작가 [사진=조현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