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이날은 팡둥라이(胖東來)가 춘제(설) 연휴 기간 중 닷새를 쉬고 영업을 재개한 날이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몰리면서 팡둥라이 톈스청점과 스다이광장점 밖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부터 입장객 수를 제한하면서 매장 밖에는 마치 상하이 디즈니랜드처럼 구불구불 긴 줄이 끝없이 늘어섰다. 경찰까지 파견돼 질서 유지에 나섰다.
팡둥라이는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테마파크가 아니다. 중국 허난성 인구 400만명의 소도시 쉬창의 로컬 슈퍼마켓 브랜드다. 그런데도 외지인들은 마치 성지순례하듯 쉬창에 오면 꼭 팡둥라이 매장을 찾는다. 팡둥라이 톈스청점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다. 마치 고급 명품 매장처럼 생긴 마트 앞에서 방문객들은 5A급 명승지에 온 것처럼 ‘셀카’를 찍는다.
팡둥라이가 들어선 상권은 인근 매장 임대료가 오르고 집값도 오른다고 할 정도다. 팡둥라이 상권을 일컫는 '팡취팡(胖區房, 팡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은 산둥성 쯔보 꼬치구이,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등제 축제만큼이나 허난성 쉬창의 팡둥라이 마트가 관광객 유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6A급 관광지'···설연휴 사흘간 116만명 방문
1995년 3월 창업주 위둥라이가 허난성 쉬창에서 형한테 빌린 돈 1만 위안과 4명의 직원으로부터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 6만 위안을 합쳐 창업한 마트가 오늘날의 팡둥라이다. 현재는 허난성 쉬창시와 신샹시 2곳에서 모두 3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쉬창시에 따르면 사흘간의 올해 춘제 연휴 영업기간 중 팡둥라이의 톈스청, 스다이광장, 성훠광장 3개 매장을 방문한 고객만 116만 3300명에 달했다. 베이징 관광명소 자금성 일일 제한 방문객 수가 8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누리꾼들은 “팡둥라이야말로 6A급 관광명소”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중국 정부가 공인한 최고 관광지 등급인 5A를 넘어선다는 유머 섞인 농담이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팡둥라이는 ‘신적인 존재’라고 치켜세우며 직접 팡둥라이에 시찰을 왔는가 하면, 중국 대형 마트 체인인 다룬파에 400억 홍콩달러를 투자했던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도 "팡둥라이가 중국 소매업계에 새로운 사고방식을 불러일으키며, 중국 기업의 상징적 모델이 됐다”고 극찬한 바 있다.
올 초 허난성 정부공작보고에 '팡둥라이 같은 인기 있는 슈퍼마켓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정도로 허난성 정부도 팡둥라이 발전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현재 팡둥라이의 연간 매출은 쉬창 국내 총생산(GDP)의 3%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경제에 중요한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쉬창과 허난성 성도 정저우를 잇는 지하철이 개통됐다. 허난성에 생긴 첫 번째 도시 광역 지하철인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팡둥라이 전용 지하철’이라고 불린다. 허난성라디오방송국에 따르면 정저우~쉬창 지하철 하루 평균 승객 수가 8만명인데, 이 중 85% 이상이 팡둥라이로 향한다. 심지어 쉬창시 정부는 팡둥라이 방문 전용 버스노선도 개설해 관광객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편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팡둥라이 방문 시외차량을 위한 무료 주차장도 설치했다.
오늘날 중국 3, 4선 소도시 마트의 ‘교과서’라 불리는 팡둥라이의 성공 비결은 사실 단순하다. △고객 만족 서비스 △믿을 수 있는 가격 △직원 권익 보호다. 팡둥라이는 사실 슈퍼마켓 장사의 기본에 충실했을 뿐이다.
비결1. "입구에 구비된 7종류 쇼핑카트"
팡둥라이 매장은 고작 동네 마트인데도, 서비스는 고급 명품 숍에 뒤지지 않는다. 마트 입구와 휴게소에 세면대와 식수대를 구비한 것은 물론, 화장실 세면대에는 빗·핸드크림·머리끈·면봉·마스크 등이 비치돼 있다. 특히 톈스청점에는 손 씻기와 건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스마트 세면대도 설치돼 있다. 수유실에는 유아용 침대·젖병 보온기·소독 캐비닛·정수기·소형냉장고·물티슈·종이 타월 등도 갖췄다. 마트 입구의 반려동물 보관 서비스 센터에서는 직원들이 장 보는 고객을 대신해 반려동물을 돌본다.
흥미로운 점은 매장 내 비치된 장바구니 카트만 모두 7종에 달한다는 것. 손으로 드는 일반 장바구니부터 아동용 미니 카트, 영유아용 유모차, 노약자용 쇼핑 카트, 2층짜리 쇼핑 카트, 소·대형 일반 쇼핑 카트까지. 특히 노인용 카트는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간이의자부터 돋보기안경까지 구비해 노인을 최대한 배려했다.
고객이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면 즉시 환불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베이징에서 왔다는 96년생 샤오저우 씨는 중국 펑파이망을 통해 “팡둥라이에 처음 갔을 때 충격적이었다. 마치 VIP 서비스를 공짜로 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웨이민 중국 사회과학원 산업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제몐망에 “팡둥라이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로 ‘경제적 해자(독점적 경쟁력)’를 구축했다”고 진단했다.
비결2. "입고가·판매가·마진율 적은 가격표"
최근 중국 경기 불황에 중국 마트계 양대 산맥인 허마셴성과 샘스클럽이 가격 출혈경쟁을 벌였을 정도로 소비 다운그레이드가 추세이지만, 사실 팡둥라이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다. 대신 팡둥라이는 고객이 믿을 수 있는 투명한 가격을 보장한다.
팡둥라이 제품 가격표에는 입고가, 판매가, 마진율이 모두 표시돼 있는 게 특징이다. 얼마 전 중국 온라인에서는 팡둥라이에서 파는 오리털 점퍼 가격표가 화제였다. 가격표에 입고가 498.7위안(약 9만2700원), 판매가 499위안, 마진율 0.06%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 오리털 점퍼를 팔면 고작 0.3위안 이윤을 남긴다는 사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팡둥라이 측은 "시즌오프 세일"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팡둥라이는 무작정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 만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셈이다. 물론 팡둥라이도 허난성 현지 다른 3개 슈퍼마켓 체인과 공동 구매 조달망을 구축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상품 수량을 확보하는 등 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결3. "고충 처리 직원 위로금 최대 5000위안"
"직원에게 초과근무를 시키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이는 타인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은 중요하다."
지난달 3월 중국 슈퍼마켓 총회에 참석한 위둥라이 팡둥라이 창업주의 이 발언에 수많은 중국 청년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미 팡둥라이의 직원 존중 문화는 유명하다. 현지 청년들 사이에서는 '꿈의 직장'이라 불릴 정도다. 팡둥라이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간 40일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며, 휴가 기간 업무 관련 전화를 받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팡둥라이 회사 직원 평균 월급은 5800위안(약 108만원). 같은 기간 중국 전국 평균 사기업 평균 임금(약 5400위안)보다 높다. 뿐만 아니라 급여와 상여금은 물론, 직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는 최대 5000위안의 '고충 처리 보상금(委屈獎)'도 지급한다.
지난해 6월 매장 현장에서 고객과 직원 간 분쟁이 발생했을 당시, 팡둥라이의 문제 해결 방식은 빛을 발했다. 당시 서비스 결함으로 고객의 불편을 초래한 관리직 직원은 모두 3개월 직위 강등 조치하고, 해당 고객에게 사과와 함께 500위안의 보상금과 선물을 증정했다. 동시에 사측은 고객이 서비스 불만 신고 창구를 이용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화를 내 직원의 인격 존엄성이 손상됐다며 해당 직원에게도 5000위안의 고충 처리 보상금을 제공했다.
팡둥라이가 당시 사건 전후를 조사해 발표한 8페이지짜리 보고서는 중국 홍보업계 ‘교과서’란 말도 나왔다. 이를 통해 팡둥라이는 서비스 결함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것을 막은 것은 물론,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로 팡둥라이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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