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건설한 공장이 24일 준공식을 연다. 반도체 산업에서 뒤처진 일본이 날개를 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해당 지역에서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이번에 문을 여는 구마모토 1공장은 반도체 부흥을 목표로 하는 일본과 해외 생산 기지 확장을 노리는 TSMC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빠른 속도로 건설이 진행되어 왔다.
일본은 경제 안보에 있어 중요한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 TSMC 공장 유치를 국책 사업으로 정하고, 총 설비투자액 약 1조엔(약 9조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60억엔(약 4조 2363억원)을 보조했다. TSMC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연내 구마모토 2공장도 착공할 예정이다.
구마모토 1공장에서 양산하는 반도체는 자동차 등에 쓰이는 범용 제품으로, 최신 기술인 3나노에 해당하는 첨단 공정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 양산 가능한 최신 공정은 40나노이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TSMC 공장 유치에 따른 이익이 충분하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뜻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즉 숫자가 낮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 건설을 계기로 소니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투자 및 진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일단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게 되면 구마모토현은 물론 규슈 지역 전체에 파급하게 될 경제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규슈파이낸셜그룹은 구마모토현에 미칠 경제 파급 효과를 10년간 약 6조 9000억엔(약 61조 4072억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규슈경제조사협회는 2021년부터 10년간 반도체 설비 투자를 통해 얻을 규슈 지역 경제 효과를 약 20조 770억엔(약 180조원)으로 분석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구마모토 공장 주변은 현재 땅값이 급등해 ‘반도체 버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들썩이고 있다. 반면 관련 기업의 잇따른 진출로 인해 부지 및 일손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TSMC 진출에 힘입어 2022년 구마모토현의 기업 신규 진출 건수는 61건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다를 경신했다. 이에 기업들이 진출을 원해도 토지가 모자란 상황이 되자 공장이 들어서는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지역의 2023년 토지 기준 가격은 전년 대비 119.0%나 올라 전국 2위의 상승율을 기록했다. 공장 주변의 삼림도 예년에 비해 5~6배 가격으로 매매되는 등 토지 쟁탈전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구마모토 1공장에는 약 1700명의 근로자가 근무할 예정이어서, 기쿠요마치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는 새로운 아파트와 맨션들이 속속 들어섰다.
일손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구마모토현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3년에 93만명으로 줄어 이미 일부 공장에서는 지역 제조업 평균 보다 30% 정도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TSMC 관련 기업이 연이어 들어설 경우 다른 업종에서의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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