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가 회수불가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9조원 가까운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역대급 충당금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큰 금액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손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8조993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구체적으로 △KB금융지주 3조1464억원 △신한금융지주 2조2512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7148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8810억원이다. 전년(5조2079억원)과 비교하면 71.4% 급증한 수치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예상되는 채권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계정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에 예상되는 부실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PF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부동산 금융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3조9290억원에 달할 정도다. 태영건설 사태에 대비해 △KB금융 1200억원 △신한금융 548억원 △하나금융 822억원 △우리금융 960억원 등 총 3530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고, 이와 별도로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發)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위기에 따른 충당금까지 더하면 비용은 더 커진다. 지주사가 지난해 실적에 계상한 해외부동산 관련 충당금은 1000억원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는 지난해만큼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와 보수적인 경기 전망 등을 선반영했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시기 급증한 대출의 만기연장·상환유예조치 신청 종료에 따라 회수 불가 대출이 올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를 주문하면서 연일 금융사들에게 예상되는 부실에 대해 적극 대응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4년 은행산업 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올해보다 늘어난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자본적정성 수준을 고려할 때 대손비용 증가와 당기순이익 감소가 금융안정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신용 확장의 중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금융지주사들은) 경영전략과 자본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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