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설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건설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건설 경기가 위축돼 일거리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건설사들은 적자를 우려해 ‘노른자 땅’으로 여겨지는 정비사업장 입찰까지 포기하는 등 수주를 주저하는 모습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8대 건설사 중 DL이앤씨를 제외한 7개 건설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원가는 총 58조3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인 지난 2020년 해당 7개사의 3분기 누적기준 매출원가 합계(42조8734억원)보다 36.21% 늘어난 규모다.
매출원가는 기업이 영업 활동을 하는 데 사용한 공사비와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되는데, 건설사의 경우 매출원가의 85~90%를 공사 원가가 차지한다. 공사비가 높아지면 건설사의 매출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공사비 폭등으로 인해 건설사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이들 7개 건설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별도 기준) 합계는 1조4111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1조8211억원)에 비해서도 22.51%(4100억원) 감소했다.
공사비 인상에 따른 건설사의 고민은 정비사업 수주 현장에서도 읽힌다. 서울 시내 재개발 사업의 '노른자 입지'로 통했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에 이례적으로 포스코이앤씨가 단독 입찰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 선별 수주 경향이 짙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8개 구역으로 이뤄진 노랑진뉴타운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은 동작구 노량진동 일대 13만2132㎡에 지하 4층~지상33층, 28개동 2992가구(조합원 1019명)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사업부지가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 사이에 있고, 여의도와 용산, 강남 등을 연결하는 우수한 입지로 평가받는다.
당초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됐으나 조합 측이 제시한 3.3㎡(평)당 공사비 730만원으로는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포스코이앤씨를 제외한 다른 건설사들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물산 측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사업지이나 공사비가 부담돼 입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정비사업장의 후폭풍은 앞으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은평구 대조 1구역처럼 공사비 갈등으로 멈춰서는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적지 않은 데다 향후 초고층 재건축 단지가 증가하면서 공사비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천정부지로 오른 공사비도 낮아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돼야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곧바로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치솟는 공사비 상승을 국내 정부나 기업이 해결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공사비 인상이 주택 공급과 건설 경기 활성화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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